검고 동그란 눈과 귀여운 외모, 바로 배우 이윤지(30)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다.
여기에 참하고 바른 성품, 개성있는 연기, 거짓없는 솔직함도 갖추고 있다. 덕분에 2003년 MBC 시트콤 '논스톱4'로 데뷔해 쉼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2년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의 모습, 최근 종영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이후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데뷔 11년차를 맞은 이윤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 "홀가분 하고 감사하다"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왕가네 식구들'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그는 작품을 끝낸 소감을 "홀가분하다"고 표현했다.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이라 행복했어요.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큰 만큼 부담감도 커졌죠. 제 실수로 잘못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생겼구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즐겁게 촬영해서 홀가분해요."
'유부녀' 연기에 도전한 이윤지는 극중 '개소리' '만취' '답답이' 등 갖가지 수식어를 얻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병준 선생님과의 술 대결 장면 역시 보리차였는데 마음 속으로 '이건 술이다'하고 마시니까 진짜 취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주량이 소주 한 병 정도인데 당시 받았던 느낌을 표현하는데 집중하기도 했어요. 다만 술버릇은 광박이와 달리 조용히 잠을 자는 성격이에요. 특히 개소리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소리를 녹음해 들으면서 연습했죠."(웃음)
극중 마지막회에 등장한 30년 후의 모습은 엉뚱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나문희 선생님을 비롯해 장용·김해숙 선생님 등 대선배님들을 보면서 목표가 뚜렷해졌어요. 30대에는 드라마를 넘어 영화 등 다양한 활동을, 40대에는 두 명의 자식을 낳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워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윤지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왔다.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2010년 방영된 MBC 드라마 '민들레 가족'에서는 털털한 성격이지만 필요하면 여우같은 모습으로,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집안의 반대에도 중졸 학력 남자와 결혼에 성공하는 왕광박 역을 맡아 젊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아나운서와 라디오 DJ 등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게 많았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연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배우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고 그들의 삶도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기를 하면서 꿈이 동시에 진행되는 느낌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작정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타났을 때 선택했다"며 "흥행보다는 연기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흥행되는 작품을 보는 눈은 없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왕가네 식구들' 문 작가님도 그렇고 시나리오를 받고 마음이 움직이기 전에 손이 움직이는 대본을 만났을 때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일까.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이윤지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아직 확정된 작품은 없어요.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우리 일상을 표현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메디컬과 범죄 수사극 등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다리가 짧지만 액션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하."
·사진/나무엑터스 제공·디자인/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