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다주택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방침
양도세 중과로 인한 세 부담 크게 줄어들 전망
다주택자들 양도와 부담부 증여 놓고 고민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해 한시적 배제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양도와 증여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느냐, 아예 증여하느냐를 고민하는 것.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수위가 지난달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간 한시적 배제 방침 발표 이후 서울시내 공인중개업소엔 매수자를 선점하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세 부담이 적어지면서 지금이 집을 팔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한시 유예되면 세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3주택자인 A씨가 2008년 5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15억원에 매도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A씨는 양도차익 10억원 중 7억50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현 소득세법에서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를, 3주택자는 30%를 중과하는 탓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과 세율 적용이 유예되면 2억500만원 정도만 납부하면 된다. 약 4억6500만원의 절세 효과를 얻는 것.
시장에도 매물이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매물증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총 5만2460건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4일(5만978건)보다 1482건(2.9%) 늘어났다. 이 가운데 강북구가 일주일 사이 7.6%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5.9%), 송파(5.6%), 강서(4.9%), 마포(4.6%), 용산(4.2%), 양천(4.0%), 중랑(3.6%), 강남(3.2%), 성동(3.0%) 등이 뒤따랐다.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간 높은 양도세 중과 탓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과 세율이 유예되면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 대신 부담부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되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양도세 중과 유예 대책 발표 이후 주요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매보단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나을지 고민이 많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상황이다.
부담부 증여는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함께 넘기는 방식이다. 순수 증여분에는 증여세, 부채에 대해선 양도세가 적용된다. 따라서 양도세 중과가 면제되면 증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노린 매물 회수가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가 대신 주택을 받아도 가족 전체 주택 수에는 변함이 없어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매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차익 실현이 높은 인기 지역의 경우 증여를 선택하는 등 양극화도 심해질 수 있단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양도세 중과 완화가 한시적이기 때문에 매물 출회를 기대하기엔 제한적이다"라며 "또 차익 실현 기대가 큰 강남 등 인기 지역은 다주택자들이 부담부 증여를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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