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잃은 유통기업들이 기업회생이라는 카드를 꺼낸 뒤,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신청하면서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업회생에 들어간 유통기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단순 주인 바꾸기가 아닌, 유통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에 들어간 유통기업들이 속속들이 인가 전 인수합병을 신청하며 새로운 매수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인가 전 M&A로 새 주인을 찾아 최대한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고, 기존 채권자들의 회생 동의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오프라인 유통가에서는 홈플러스, 이커머스 유통가에서는 티몬과 발란이 거론된다. 이 세 기업 모두 자생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뒤, 서울회생법원을 상대로 인가 전 인수합병을 신청했다.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티몬은 지난해 7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9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결정 허가를 받고, 이어 약 한 달 만에 인가 전 M&A 및 매각주간사 선정 허가를 받아냈다.
결국, 최근 상거래 채권자들의 일부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 법원의 강제인가로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티몬의 새 주인이 됐다.
같은 이커머스 기업인 발란 역시 판매자 대금 미정산을 이유로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후 4월 개시결정 허가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인가 전 M&A를 다시 신청했다. 현재 법원에 M&A 추진 허가를 받아, 매각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매수자를 찾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 13일 인가 전 M&A를 신청했으며, 일주일 만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냈다. 홈플러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서울회생법원이 지정한 홈플러스 기업회생 조사위원으로, 현재는 매각 주간사로 지정돼 홈플러스의 매각을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이 근본적인 경영 경쟁력 약화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매수자 다시 찾는 것만으로 기업 정상화를 달성하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유통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밝지 않다. 제품 매입원가 및 각종 운영 비용 증가, 인건비 증가 등으로 경영 환경이 바뀌고 있으며, 저성장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은 약화된 상태다. 삼정KPMG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매판매 증감률 추이는 2022년 마이너스(-)0.3%, 2023년 -1.3%, 2024년 -2.1%로 지속해서 감소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 주인을 찾아 기업이 어려운 국면을 이겨내면 다행이나, 근본적으로 이들 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기본적인 유통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정상화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단순 빚 탕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합한 매수자에 의한 인수합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근로자의 생계 수단이 걸린 문제인 만큼, 기업 회생 절차와 인수 과정은 신중하고 적합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순 채권 변제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닌, 장기적으로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진 인수자가 나타나는 게 최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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