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트러스톤, 이사회 결정에 ‘법 위반’ 가처분 신청
사업재편 명분 내세운 태광산업, 투자계획 발표에도 시장 불신 커져
금융감독원이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에 대해 정정명령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발행(처분)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누락돼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1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2025년 6월 27일 태광산업이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교환사채권 발행결정)에 대해 심사 결과, 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이 있어 정정명령이 부과됐다"고 공시했다. 공시 원문에 따르면 해당 누락은 발행 상대방 등 기재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4조에 근거해 정정명령이 내려졌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27만1769주, 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했다. 그러나 발행 상대방을 '미확정'으로 공시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태광산업 이사들의 위법 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트러스톤 측은 "이사회가 발행 조건과 거래 상대방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의결을 강행해 상법 시행령 제22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당 순자산가치의 4분의 1 수준으로 대규모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며 이사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EB 발행이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고 본다. 이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커지고,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실제로 교환사채 발행 결정이 공시된 직후인 6월 30일 태광산업 주가는 11%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태광산업은 투자 계획 발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어서기 위해 화장품·에너지·부동산 등 신사업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목적과 사용 계획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채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을 강행한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논평을 통해 "태광산업이 석유화학과 섬유업을 하다가 느닷없이 3200억원이 필요하다며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뷰티, 에너지, 부동산 사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말뿐이지 그 어디에도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거래의 목적과 이유를 숨기거나 추상적으로 둘러대는 것은 명백한 거짓, 부실 공시"라며 "이런 견강부회식 공시에 철퇴를 내리지 않으면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정정명령과 주주 측의 가처분 신청 등으로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 계획은 당분간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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