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지 않는 반도체 기업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밝혔다. 불과 한 달 전 외국산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반도체 밸류체인 내재화'를 거듭 공언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한 조치까지 겹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투자 확대 부담과 중국 사업 리스크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IT업계 CEO들과의 만남에서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에 들어오지 않는 회사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꽤 상당한 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미국에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들어오면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관세 부과 발표 시기와 관세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짓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대미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는 관세 대상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최종 발표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어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생산 거점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170억달러(약 23조 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달러(51조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시설을 착공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촉진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중국 사업과 관련 리스크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는 VEU 자격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그동안 면제됐던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의 반입절차가 내년부터는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로 인해 중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35%를 담당하며 SK하이닉스의 장쑤성 우시 공장은 회사 전체 D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한국과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득세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내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정치 외교 핵심카드로 굳어지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우리 기업으로서는 미국 내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 아니기에 정책 방향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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