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현대제철, 동국제강 H형강 가격 인상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철강업계가 H형강 가격 인상에 나섰다. 철스크랩 상승과 환율·전력비 등 원가 압박이 겹치자 제강사들이 '가격 정상화'를 추진하지만 착공 절벽과 유통시장 덤핑, 수입재 유입이 맞물리며 실질적인 수익성 방어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11월부터 중소형 H형강 판매가를 톤당 115만 원으로 인상한다. 최근 유통 시세(107만 원)보다 약 8만 원 높다. 대형 규격은 이달 122만 원을 유지한 뒤 다음 달 127만 원으로 올린다. 동국제강도 유통망을 통해 유사한 인상안을 검토 중이며, 양 사는 8월 하순부터 단계적 인상을 재추진해 왔다.
업계는 이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입을 모은다. 철스크랩 가격이 지난 1월 톤당 35만 원에서 9월 40만 원으로 올랐고 환율·인건비·전력비 등 주요 원가 항목도 동반 상승하면서 제조비 부담이 커졌다. 시황이 침체됐지만 일정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 정상화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원가가 오르는 와중에 건설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건축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12.8%, 건축허가면적은 16.5%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73.3으로 전월보다 5.1포인트(p)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았다. 신규 공사 착수가 줄면서 구조용 강재 수요가 감소했고 하도급 공사 물량 축소로 중소형 건축 현장의 H형강 투입량도 줄어든 상황이다.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매출 11조5000억 원(-4.0%), 영업이익 827억 원(-46.2%)을 기록했고, 동국제강은 매출 1조6192억 원(-13.3%), 영업이익 342억 원(-63.3%)으로 모두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 포항2공장을 휴업하고 1공장 중기사업부와 자회사 현대IFC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며, 동국제강도 7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철근 설비 가동을 멈춘 바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선현금 저가 거래가 확산하며 인상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덤핑 판매가 늘면서 유통 단가가 왜곡된 것이다. 이에 동국제강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원칙마감 정책을 유지하며 기준 이하 단가 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출하 정책을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해 재고 누적과 과잉 공급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가격 인상만으로 구조적 부담을 덜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3분기 선행·동행지표가 모두 부진하다고 평가하며 하반기 착공 회복이 지연될 경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철강협회(WSA)도 올해 세계 철강 수요를 17억4900만 톤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했다. 제조비 상승, 소비 둔화, 무역 갈등 등 복합 악재 속에 수요 확대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수입재 유입도 부담이다. 7월 H형강 수입량은 2만7275톤으로 전년 동월(1만8295톤) 대비 49.1% 증가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7월 초 가격을 올렸지만 유통 시세는 월 초 일부 반영 뒤 중순부터 되레 약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된다. 중국 철강사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신증설 1톤당 기존 설비 1.5톤 폐쇄' 규정을 시행하며 과잉 설비 감축을 유도했고, 그 결과 1~7월 조강 생산량이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국내 총수요 역시 7월 18만7875톤(+11.7%), 8월 22만7371톤(+1.6%)으로 소폭 늘어나며 미세하지만 수요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종호 순천제일대 제철산업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거래량 축소가 우려된다"며 "H형강은 건물 기둥이나 교량 구조물처럼 사회기반시설(SOC)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강재인 만큼,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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