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첫 VR·XR 기기는 중국 브랜드 'PICO'의 제품이었다. 스마트폰을 전면부에 끼워 디스플레이를 대신하는 방식이었는데, 무겁고 조작감도 형편없었다. 시야는 제한적이었고 장시간 착용하면 뒷목이 뻐근했다. 의자에 눕듯 사용하려 해도 각도 조절이 어려웠으며 전용 컨트롤러는 종종 작동 오류를 일으켰다. 화질 또한 기대 이하였다. 해당 VR 기기는 '최신 기술'이라기보다 '불편하기만 한 장난감'에 가까웠다.
첫 만남이 유쾌하지 않아서였을까, 이번 갤럭시 XR 체험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기본적인 '착용감'과 '사용감'이었다. 다행히도 두 기기 간의 수준 차이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컸다. 갤럭시 XR의 공식 무게는 545g이었지만 딱 기분 좋은 수준의 묵직한 착용감이 느껴질 뿐 '무겁다'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뛰어난 무게 중심 덕에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한 방향을 오랫동안 바라봐도 피로감이 거의 없었다.
조작감 또한 인상적이었다. '핀치(pinch·꼬집기)' 제스처를 통한 조작은 처음 접하는 방식임에도 한 두번만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었다.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을 별개로 인식해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도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의 쉬운 조작이 가능했다. 몇 번의 적응을 거치자 SF 영화의 등장인물마냥 이리저리 휙휙 자료를 넘기고,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별도의 콘트롤러 없이도 유연하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뚜렷한 강점이었다.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그리고 MR(혼합현실) 기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기기 옆면을 두 번 터치하자 360도 시야각이 열리며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VR 공간이 펼쳐졌다. 산 정상을 테마로 한 환경을 불러오자 고소공포증이 있는 기자는 실제로 약한 현기증을 느꼈다. '현실 같은 체험'이 만들어낸 특별한 감각이었다. 가상 공간을 빠져나와 단 두 번의 '꼬집기'로 유튜브를 실행하자 현실 공간 위로 유튜브 영상이 겹쳐 떠올랐다. 현실-가상 간 괴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눈 앞에 있는 '실제 사람'과 '영상 속 인물'이 AR을 통해 마치 한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인공지능(AI)과의 연동 기능은 충분히 흥미로웠으나, 다소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제미나이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아가 줘'라고 명령하자 곧바로 상세한 음성 설명과 함께 관련 정보가 눈앞에 팝업됐다. 구글 맵과 연동해 스트릿 뷰를 살펴보거나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을 통해 눈앞 사물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도 있었다. 다만 읽고 있는 외국어 지문을 막힘 없이 해석하거나, 사용자가 보고 있는 물건이나 장소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상세하게 설명·피드백하는 것에는 제약이 따르는 등, 'AI 어시스턴트' 기능에서는 다소 모자람이 있었다. '제미나이 기능을 탑재한 XR 기기'라는 것은 분명했으나 'XR기기만이 제공할 수 있는 AI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첨단 AI 어시스턴트 XR 기기'를 기대한 입장에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적으로 갤럭시 XR은 '착용감과 사용감' 두 가지 영역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고화질 콘텐츠를 감상하고, 손끝으로 직접 세상을 조작하는 경험은 충분히 특별했다. 향후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AI 기능이 확장된다면 '차세대 현실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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