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더 이상 '저렴한 한 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국내 라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프리미엄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단순한 간편식이 아닌 '간편미식'을 표방하며 맛과 품질, 브랜드 철학으로 승부를 거는 흐름이 뚜렷하다.
최근 삼양식품이 신제품 '삼양1963'을 공개하며 프리미엄 시장에 본격 진입한 것은 이같은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다.
국내 최초 라면 '삼양라면'의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제품은 36년 만에 우지(牛脂)를 다시 사용하며 '정직과 진심의 복원'이라는 메시지를 내걸었다. 삼양식품은 우지와 팜유를 황금비율로 섞은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깊은 풍미를 구현했고, 고급 재료와 동결건조 후레이크를 적용해 가격대 또한 기존 제품 대비 1.5배 이상 높게 책정했다.
라면업계가 '비싼 라면'이라는 눈총을 받으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성장 여력이 정체된 라면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마지막 성장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3조원대지만, 상위 브랜드 간 점유율은 매년 1% 안팎의 미세한 변동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제품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역이다.
특히, '가격보다 만족감'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확대를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500원 이상 라면의 성장세가 시장 평균을 웃돈다"며 "또 먹던 라면만 고집하는 고정 소비 구조 속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업계 전반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을 가능성으로 바꾼 대표 사례가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이다.
하림은 사골·소고기·닭고기 등 신선한 재료를 20시간 이상 우려낸 진한 육수와 고급 원료를 내세워 '한 끼 식사 같은 라면'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림 더미식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을 통해 실시한 소비자 이용행태 조사에서 '더미식 장인라면'은 국물라면 주요 제품군을 대상으로 한 6개 주요 평가 항목 가운데 구입 의향 부문에서 7위를 기록했으며, 선호도·구매경험·주 구입 등 다른 부문에서도 10위 내외의 순위를 보이며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인라면 제조공정 영상 시청한 뒤에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높아지며, 구입 의향이 평균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라면 경쟁은 이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심은 일찍이 '신라면 블랙'을 시작으로 고급화 흐름을 주도해 왔으며, 최근 '신라면 툼바'로 일본 시장에서 '2025 닛케이 트렌디 히트상품'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삼양식품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새로운 경쟁 구도에 돌입했다.
물론 '고가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면 한 개에 2000원'이라는 말은 소비자 반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면을 단순히 '싸고 간편한 음식'으로만 보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이 이제 한국인의 대표적인 '소울푸드'를 넘어, 미식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먼저 프리미엄 라면 문화가 정착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식 미식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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