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풀무원이 주방가전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으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첫 진입 이후 철수와 재도전, 재성장 단계를 거치며 10년 가까이 시도해온 가전 사업이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 정체된 식품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41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신경영선언'과도 맞물려 식품 전문기업에서 푸드테크·리빙케어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의지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풀무원의 가전 도전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2016년 인덕션 출시로 생활가전 시장에 입문했지만, 청소기 안마의자 등으로 무리하게 확장한 탓에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전환점은 2021년 코로나19 이후 집밥과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폭증하면서 풀무원은 식품 사업의 경쟁력을 가전으로 확장하는 '리턴 전략'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스팀쿡 에어프라이어라는 단일 제품으로 조심스레 시장에 재진입했다. 단순 가전 출시가 아닌 '풀무원식 조리가전'이었다. 냉동만두·HMR 전용 자동조리 모드를 탑재한 스팀쿡은 식품과 가전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며 출시 6개월 만에 1만대를 판매, 풀무원 내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이 됐다.
이 흐름을 바탕으로 풀무원은 김치냉장고, AI 음식물처리기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며 '조리·보관·처리'로 이어지는 주방 전 과정을 가전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특히 발효 기술을 강조한 김치 숙성 기능, 저온 보관 알고리즘, 음식물 처리 자동화 등은 기존 가전사들과 차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OEM 생산과 위탁 A/S 모델이라는 약점은 남아 있지만, 제품 설계와 기술 커스터마이징을 풀무원이 직접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전 진출과는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뜻밖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2~2024년 가전 부문 연평균 성장률(CAGR)은 42.9%로, 풀무원 전체 사업 중 가장 빠르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전체 매출 비중은 아직 1.4%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신성장 사업'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도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풀무원이 올해 창사 41주년에서 '신경영선언'을 발표하며 조직 혁신·핵심가치 재정립·브랜드 정체성 개편을 통해 사업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창업가형 인재 육성,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법인화 등이 추진되고 있어 가전사업은 이런 변화의 상징적 실험장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풀무원의 가전 사업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삼성·LG·위니아가 지배하는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가져갈 몫은 제한적이며, OEM 구조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내구성·A/S 측면에서 소비자 신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격 경쟁력 역시 풀무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그럼에도 업계가 풀무원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건 식품기업이 가전 영역으로 넘어온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순 확장을 넘어 '식품-가전 융합'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풀무원이 이를 통해 식품 제조기업에서 푸드테크·리빙케어 기업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조리에서 보관, 처리까지 이어지는 가전은 풀무원의 식문화와 밀접한 영역"이라며 "1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진 가전사업이 미래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의 가전 도전이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적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식품기업이 주방가전 사업으로 확장하는 사례는 드문 만큼 풀무원의 움직임이 향후 K-푸드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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