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서울대 10개 만들기’, 또 경쟁만 부추기나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방향을 두고 우려가 이어진다.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지역 거점국립대를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이 자칫하면 지방대 간 '생존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학별 성과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차등 배분하는 성과예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최하등급 대학의 지원금을 최대 20%까지 감액하고, 상위등급 대학에 재배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사실 이런 구조는 낯설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간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 지원을 연계해왔다.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굵직한 정책마다 '성과 중심' 원칙이 강조됐다. 그때마다 대학들은 본연의 교육혁신보다 서류 평가와 지표 관리에 더 많은 역량을 쏟았다. 평가에서 밀린 대학은 재정난으로 휘청거렸고, 지역 간·규모 간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특히 교육성과는 본질적으로 단기간에 수치화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학생 역량, 연구의 깊이, 지역사회 기여도 같은 결과는 최소 3년,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그럼에도 정부는 1년 단위의 정량평가로 차년도 예산을 배분한 바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학이 '지속 가능한 혁신'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감사원 역시 2021년 감사 결과를 통해 "대학재정지원사업 간 목표 중복과 성과관리 부실로 구조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의 경쟁 구조를 되풀이하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대학 줄세우기를 강화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3곳만 우선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한정된 예산을 놓고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표현도 상징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지방대 7개 탈락시키기'로 들린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산업·인구·일자리 격차로 무너진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는 지방대 위기의 근본 해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목표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성과예산제라는 경쟁 구조로는 지역혁신 시스템을 세우기 어렵다.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모델이 구현되지 않는다면 '서울대 10개'는 숫자만 남은 구호로 끝날 수 있다.

 

지방대 육성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연대다. 지자체·산업계·연구기관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교육부가 이번 사업에서 진짜 성과를 원한다면, '평가 지표'보다 '함께 가는 시스템'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