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대로 치솟았지만 보험료 인상 버튼은 '민생'이라는 신호등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가격을 움직이는 손은 원가이지만, 시간을 정하는 손은 정책과 여론이다.
상위 4개 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올해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4%, 1~10월 누적은 85.7%로 집계됐다. 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선 80% 내외를 꾸준히 웃돈다.
문제는 요율이 '기업의 가격'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보험료는 매년 갱신하는 사실상의 전 국민 의무보험이고 소비자물가지수(CPI) 항목에도 포함된다. 통계상의 비중이 작지 않다 보니, 인상 논의는 곧장 물가관리 메시지와 부딪힌다. 가격 신호가 필요할수록 정책의 신호등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인상=폭리' 프레임을 덮어씌우기도 어렵다. 현실은 반대다. 올해까지 4년 연속 1~3% 내외로 인하가 이어졌다. 가격은 낮췄는데 부품·수리·대차비 등 원가는 올랐고, 그 사이 손해율은 위로 굳어졌다. '원가와 가격의 괴리'가 주범인데, 우리는 흔히 결과(요율)만 본다.
겨울로 갈수록 상황은 더 까다롭다. 강설·한파 구간에는 대물사고가 늘고 평균 수리비가 높아져 손해율이 계절적으로 튄다. 올겨울 기후 리스크가 더해지면 내년 초 손해율 압력이 한 번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계절성은 '인상 명분'이 아니라, 늦장 대응의 비용이 커진다는 경고에 가깝다.
현장의 신호는 이미 빨갛다. 대형 4사의 자동차보험은 연간 5000억원 안팎 적자가 예상된다. 보험사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비율이 연간 103.6%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적자 전가를 막으려면 '얼마나 올리느냐'보다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로'가 먼저다. 기준을 먼저 세우면 인상 폭은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자동차보험료가 CPI 항목이라는 이유로 속도만 눌러서는 결과적으로 더 큰 충격을 뒤로 미룰 뿐이다. 보험료 인상은 정치의 사건이 아닌 '관리 가능한 절차'가 된다. 시장은 가격을, 정부는 기준을, 소비자는 기록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는 급히 밟지 않는다. 늦게 밟아도 차는 미끄러진다. 요율은 브레이크다. 속도는 나중, 기준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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