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47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원화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외환당국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73.7원에 마감했다. 이후 야간 거래에서는 장중 한때 1479.9원까지 치솟은 뒤 147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10월 초 14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초 1450원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1460~1470원대 박스권에서 고점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월평균 환율은 1460.44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주요국 통화와의 흐름 차이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0.32% 상승하며 원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일본 엔화(0.5%), 유로화(1.2%), 영국 파운드화(1.2%), 스위스 프랑(1.2%), 호주 달러(2.0%), 대만 달러(0.4%) 등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지난달 100선을 웃돌던 수준에서 98대까지 내려왔지만, 원화는 이에 반응하지 못한 셈이다.
이로 인해 원화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는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3개월간 원·달러 환율은 약 6% 올랐고, 중국 위안화(약 7%), 홍콩 달러(6.1%), 태국 바트(5.8%), 싱가포르 달러(5.1%), 베트남 동(6.1%) 등도 원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해외여행과 수입 물가 측면에서 국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를 꼽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55억 달러를 넘었고, 10월에도 68억 달러 이상을 사들였다. 이달에도 순매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말 결제 수요와 기업·기관의 환헤지, 대미 투자 자금 수요가 겹치며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환율 상승 요인의 70%는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수급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연평균 환율은 1420원으로, 이미 1998년 연평균 환율을 웃돌고 있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힘을 잃은 원화가 언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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