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의 승부처는 더 이상 무기 성능만이 아니다. 이제 결과를 가르는 건 누가 상대국 정부를 더 설득할 수 있는 '제안의 구조'를 갖췄느냐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G2G 협력안, 이른바 '산업협력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수출에서 정부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는 분명하다. 다만 현장에선 "방향은 맞지만 아직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경쟁 구도는 녹록지 않다. 독일은 이미 EU 차원의 유로 기금을 활용해 전방위적인 산업협력과 로비를 캐나다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로비가 불법이고, EU처럼 동원할 수 있는 대규모 공적 자금도 없다. 업계에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협력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질은 상대국 정부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끌어당기는 종합 제안이다. 이 영역에서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카드의 종류와 규모가 상대적으로 얇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아이러니한 대목은 한국 잠수함 기술의 뿌리가 독일에 있다는 점이다. '원조'의 기술력에 더해 독일은 합법적인 로비와 대규모 산업협력 카드까지 쥐고 있다. EU 자금만 해도 100조원을 넘는다는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독일보다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또한 '원팀'을 강조한 정부 발표와 달리, 정작 현장에서는 실무 협의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구호와 체감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물론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과거 호주 AS21 '레드백' 장갑차 수주전에서 독일 라인메탈을 제쳤다. 가격과 성능 경쟁력에 더해 본계약 과정에서 "호주에 공급하는 무기를 호주산 철광석으로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산업협력 제안을 내놓으며 줄어든 물량을 다시 늘린 사례다. 상대 정부가 무엇에 움직이는지를 정확히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단일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G2G 협력을 어떻게 설계하고 산업협력을 어디까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다. 지금 필요한것은 상대가 왜 움직이는지를 냉정하게 읽어내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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