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에 운용 구조 변화 전망
KB證 "푸른씨앗 벤치마크 시, 채권시장 수혜 가능성"
정부가 퇴직연금의 기금화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향후 퇴직연금 자금의 운용 구조 변화가 국내 채권시장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향후 퇴직연금 기금화 과정에서 퇴직연금공단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의 자산배분 전략을 참고할 경우, 국내 채권 수요가 의미 있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퇴직연금의 의무화 및 기금화를 2026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중 당정협의회를 열어 구체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과정에서 채권 중심의 자산배분이 강화될 경우, 채권시장에는 중장기적으로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 박문현 연구원은 "퇴직연금의 기금화는 기존에 없던 내용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기보다는 기존에 있었던 상시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푸른씨앗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현행 운용 중인 퇴직연금이 전부 기금화돼 푸른씨앗과 같이 운용된다면 채권이라는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승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푸른씨앗의 자산배분 구조는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푸른씨앗의 2023~2027년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국내 채권에 대해 55.03%를 운용하기로 설정돼 있고, 실제로 2025년 3분기 기준 국내채권 비중은 58.96%에 달한다. 더불어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전체 자산 가운데 국내채권으로 운용되는 금액이 약 147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34.2%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퇴직연금이 전면 기금화돼 운용되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여진다. 박 연구원은 "기존의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증권)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근로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퇴직연금 사업자의 사업영역을 지켜주면서 푸른씨앗에 가입할 수 있는 사업자의 상시 근로자 수 규제를 완화하면서 푸른씨앗을 공단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될 경우, 새로 등장할 퇴직연금공단이 푸른씨앗의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크하는 형태로 운용 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이어 그는 "기금의 자산배분, 이동하는 자금의 성격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나 새로 등장할 퇴직연금공단이 푸른씨앗의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크 하는 방향으로 구성된다면 국내채권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대기성자금 약 35조원 이상의 자금이 기금형 퇴직연금으로 옮겨간다면, 채권시장에는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퇴직연금 기금화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기관 투자자 비중이 60%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은 절반 이하로 낮은 편"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센터장은 "기관 투자자 유인을 위해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부분이 퇴직연금을 기금화해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자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말하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현재 퇴직연금은 사실상 주식투자가 안 되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활용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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