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판매 반등에도 국내 배터리 수혜 제한
가격 경쟁력 앞세운 중국 LFP, 유럽 시장 장악
북미 의존 전략 흔들…IRA 효과 반감
국내 이차전지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가격 경쟁력 열세가 맞물리며 실적 반등의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뚜렷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시장 반등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1~11월 기준 374만5000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32.8% 성장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회복 속도가 빨라졌지만, 같은 기간 북미 시장은 165만1000대로 0.3% 증가에 그치며 사실상 정체 국면에 머물렀다.
유럽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는 사이 배터리 주도권은 중국 업체들로 더욱 기울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중국 내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가격은 1kWh당 84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가격(108달러)보다 크게 낮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중이 높고, 대규모 설비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LFP 배터리는 현재 ESS용 공급이 중심이며, 전기차용 LFP는 아직 대규모 양산 확대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 등 성능 면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LFP 배터리가 이미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계기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제약이 강화된 북미 시장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북미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기조 속에서 포드는 전기차 사업 축소와 일부 투자 철회를 선언했고, GM도 전기차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배터리 출하 환경이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다.
반면 유럽에서는 CATL이 독일 생산라인의 가동 확대에 나서는 한편 헝가리를 거점으로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BYD 역시 헝가리를 중심으로 유럽 내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서며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30%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ESS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의 ESS 전환을 앞당겼고, 삼성SDI는 미국에서 2조원대 ESS용 LFP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고정비 축소와 ESS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ESS 시장에서도 중국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ESS용 중국 배터리 가격은 kWh당 50~60달러 수준으로, 국내 업체들의 LFP 가격(90~100달러)과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기업의 체질 개선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배터리 경쟁에서 주도권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미래 첨단 산업 전반에서 해외 특히 중국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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