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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S에 달린 K-배터리의 다음 행보

북미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생존여부는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달려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로 변화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를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이미 상당 부분 전환중이다. 북미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등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ESS 배터리 생산과 수주 경험을 쌓고 있고, 삼성SDI는 각형 NCA 기반 ESS 전용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며 프로젝트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SK온 역시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 LFP로 전환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이같이 국내 기업들이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ESS 중심의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ESS 시장의 경쟁 강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쟁의 무대만 전기차에서 ESS로 옮겨졌을 뿐, 여전히 핵심 경쟁 상대는 중국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배터리와 시스템의 직접 진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ESS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 경험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책 장벽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공급망 내 역할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며 영향력을 놓지 않는 이유다.

 

이런 구도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는 오히려 경영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경쟁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인 만큼, ESS용 LFP에 투입되는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 구조와 투자 효율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생산과 투자 전반에서 효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ESS 경쟁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고체 배터리 등 고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들 시장이 2~3년 이후에야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NCM 기반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ESS는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다음 산업 전환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무대에 가깝다. ESS 경쟁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시장을 유지해야만 전고체 배터리와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라는 다음 무대에 설 수 있다. 지금 ESS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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