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세·말레이시아 공장 폐쇄
글로벌 생산 재편 가속
광주 협력사 80여 곳 기대감
삼성 “국내외 외주처·규모 미확정”
저수익 소형가전 외주 검토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생산 라인 일부를 외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 배경과 파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주 전환 여부와 대상 품목, 생산 지역 등 구체적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검토 배경에는 가전 사업의 구조적 수익성 위기와 글로벌 생산 전략 재편이 맞물려 있다.
최근 삼성전자 가전 사업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원가와 물류비 상승 등 어려움이 가중되며 더욱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삼성전자 공식 IR에 따르면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DA 사업부는 2024년 4분기 합산 매출 14조 4000억 원에 영업이익 2000억 원에 그쳤다. 김철기 DA사업부장은 임직원 경영설명회에서 "올해가 가전 사업 구조 혁신에 나설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 악화의 직접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AVC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삼성전자의 중국내 TV, 냉장고, 세탁기 점유율은 각각 3.6%, 0.4%, 0.4%에 그쳤다. 하이센스·TCL·샤오미 등 중국 현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 성능 개선까지 더하며 외국 기업의 입지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5일 삼성 강남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 서울 2026' 행사에서 중국 가전사업 축소 검토설에 대해 "중국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 형태로 사업을 보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판매 종료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는 저수익 제품과 고부가가치 제품을 구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저수익 소형 가전은 외주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대형 백색가전과 비스포크 시리즈는 직접 생산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가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협력사는 약 150개사 규모로, 이 중 80여 개사가 호남권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주로 부품과 완제품 일부를 공급하는 1·2차 협력사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번 외주화 검토는 협력사에 부품을 맡기는 기존 방식과 달리 완제품 전체를 외부에 맡기는 형태로, 개별 협력사의 완제품 생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삼성전자 물량 이전 이슈 당시 가전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단을 출범한 바 있으나, 이번 외주화 검토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생산 전략 차원에서도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1989년부터 동남아 가전 생산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은 이번에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36년간 삼성전자 해외 생산의 핵심 거점이 문을 닫는 것으로, 이번 외주화 검토가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글로벌 생산 전략 전반의 재편임을 보여주는 신호다.
삼성전자는 저수익 가전을 정리하는 동시에 미래 사업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을 중심으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확대하고, AI 가전·구독서비스·B2B 사업도 강화한다. 이번 외주화 검토는 단순 생산 방식 조정을 넘어, 가전 사업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는 신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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