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들 성과급 요구 분위기 확산
법원, 동행노조 교섭 중지 가처분 기각
주주운동본부 "주총 승인 없어, 배당권 침해"
무노조 TSMC도 성과급 논란…삼성 사례 들며 반발
미국 IT 커뮤, 삼성 사례두고 논쟁
삼성전자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에 무게가 실리면서 총파업 위기는 사실상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반도체(DS)부문 고액 성과급을 둘러싼 후폭풍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 계열사 내부 반발과 함께 주주단체 법적 대응이 가시화하고 있는데다 해외 반도체 업계까지 삼성전자 사태 영향이 확산되면서 'K-노조발 성과급 갈등'이 글로벌 빅테크 산업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이날 오전 기준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율이 9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가 DS부문 소속인 만큼 업계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종 결과는 27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다.
총파업 위기는 잦아드는 분위기지만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삼성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올해 OPI 지급률이 0%에 그쳤다. 삼성전자와의 보상 격차가 부각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삼성후자"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 4월 노사가 임금·성과급 협의를 마무리한 상태다. 삼성전자처럼 재협상 요구가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복잡하다. 최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내 주택대출 제도 시행 시점을 묻는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오는 6월 중 세부 운영안을 공유할 예정이다.
삼성전기 내부에서도 성과급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최대 매출(3조209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1조4000억~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성과급(OPI) 지급률은 2023년 연봉의 1%, 2024년과 올해는 5~6% 수준에 머물렀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삼성전기 노조는 과반 노조가 아니어서 별도 교섭 동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갈등은 노사 문제를 넘어 법적 분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수원지법은 이날 동행노조가 제기한 찬반투표·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총파업 봉합 가능성이 커졌지만 주주단체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안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며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이 나온 만큼 향후 대응 방향과 소송 시점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주주총회 승인 없이 명문화할 경우 배당권 침해와 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내부에서는 오는 7월 지급 예정인 성과급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직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 사례와 비교하는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7년 창립 이후 사실상 무노조 체제를 유지해온 TSMC 내부에서 집단 대응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레딧(Reddit)등 미국 IT 업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삼성전자 사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기술 인력 보상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기업 이익 배분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이용자들은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성과급 확대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사례가 단순한 국내 노사 갈등을 넘어 AI 시대 성과 배분 구조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동시에 성과 중심 보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AI 초호황 속에서도 늘어난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DS 메모리 사업부 일부 직원의 연봉 포함 총급여는 세전 기준 최대 7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5061만원)의 14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보상 격차가 확대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 갈등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기업 투자와 조직 안정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성과 배분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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