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로맨스 스캠(연애 사기)은 외로운 마음을 노리는 전형적인 사기다. 온라인 데이팅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군가와 친밀해진 다음 그 믿음과 사랑을 미끼로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가해자는 보통 자신을 '파병 군인', '해외 거주 한국계 전문직' 등으로 그럴듯하게 소개하며 다가선다. 그리고 충분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됐다 싶으면 작전을 개시한다. "업무차 그리스에 나와 있는데 지갑과 비행기 표를 도둑맞았다", "갑작스런 사고로 목돈이 필요하다" 등 온갖 거짓말로 돈을 보내 달라고 한다. 이때 사랑에 빠져 있던 외로운 피해자는 이성적 판단력을 잃고 돈을 보내 주기 일쑤다. 돈을 받아낸 순간 로맨스 스캠범은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 신고 건수는 62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배 급증했다. 피해액은 454억원으로 전년 대비 9.2배나 증가했다.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프랑스에서는 50대 여성 앤(Anne)이 무려 1년 반 동안 헐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온라인 연애를 하고 있다고 믿었다가 알고 보니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은 일이 있었다. 사기꾼들은 그 여성에게 "브래드 피트가 신장암에 걸렸다"며 거액의 치료비를 요구했다. 심지어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브래드 피트 입원 사진'까지 보냈다. 결국 그녀는 12억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했고, 그제서야 철저히 속았음을 깨달았다. "너무 외로워서 기댈 대상이 필요했는데 한순간 눈이 멀었다"고 털어 놓은 그녀의 고백은 전 세계에 안타까움을 안겼다.
외로운 심리 상태일수록 사기범의 거짓 친밀감에 취약할 수 있다. 직접 만나 본 적 없는 온라인 지인이 금전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설령 마음이 외롭고 허전하더라도 반드시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급박한 사정이라 해도 메신저로 돈부터 요구하는 것은 100% 사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진정한 연인이나 친구라면 그런 식으로 금전 지원을 요청할 리 없다. 또한 부모님 세대의 경우 외로움 때문에 수상한 연락에 더욱 쉽게 현혹될 수 있다. 가족 간에 암호 질문을 미리 정해 두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전화나 문자로 돈을 요구하는 연락이 오면 반드시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안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해소할 건강한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낯선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기대기보다 오프라인에서 취미 모임이나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하며 정서적 지지망을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주변에 따뜻한 관심과 조언을 보내 주는 이들이 있다면 설령 수상한 유혹이 오더라도 피해자가 사기임을 깨닫고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로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그 약점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의 빈틈을 지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기범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을 적절한 타깃으로 판단해 감정을 건드린다"고 분석한다.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부족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일수록 "이거 혹시 사기 아닐까?"라는 위험 신호를 알아채고 알려 줄 보호망이 없다. 함께 걱정해 줄 가족도, 조언해 줄 친구도 없는 외로운 상황 자체가 일종의 심리적 취약점이 된다. 인터넷으로 언제든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고립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정서적 빈곤을 키웠고, 이를 파고드는 사기 수법이 창궐하고 있다. /'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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