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최종 배정 과정서 판매 물량 확보 못해
국내 투자자들 청약 증거금 전액 환불…기대감 컸던 만큼 아쉬움
우주 ETF 운용사들 공모주 대신 장내 매수로 편입 대응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둘러싸고 국내 투자자들과 자산운용업계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스페이스X IPO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배정 과정에서 판매 가능한 물량을 한 주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물론 관련 ETF 편입을 준비하던 운용사들까지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일부 운용사들은 장내 매수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공모가로 선제 편입하려던 당초 전략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스페이스X 편입 기대감으로 우주항공 ETF에 투자자금이 몰렸던 만큼, 이번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싼 투자자 혼선과 업계 후폭풍도 이어질 전망이다.
◆ 스페이스X IPO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은 '0주'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공동 인수단(Underwriter) 자격으로 국내 전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지만 글로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의 최종 물량 배분 과정에서 판매 가능한 주식을 배정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진행된 국내 전문투자자 대상 청약은 실제 배정 주식이 한 주도 없는 상태로 마무리됐다. 투자자들이 납입한 청약 증거금은 한국시간 기준 13일 새벽에 전액 환불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공지를 통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에 판매 가능한 물량이 배정되지 않아 고객 대상 주식 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당초 시장 예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스페이스X 증권신고서(S-1)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약 231만주 규모 인수단에 포함된 것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에 적힌 수량이 실제 고객 배정 물량이 아니라 인수단 참여에 따른 인수 비율(Underwriting Commitment)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제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종 물량 배정은 대표주관사의 고객 대상 주식 배정(Allocation)과는 별개"라며 "각 인수인이 실제 배정받는 판매 물량은 대표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안내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미리 고지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미국 IPO 시장 특유의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 반드시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PO는 대표주관사가 기관 수요와 지역별 투자자 구성, 전략적 투자자 비중 등을 고려해 마지막 단계에서 물량을 재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스페이스X IPO는 수요가 워낙 강했던 만큼 대표주관사의 배정 권한이 크게 작동한 사례로 볼 수 있어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이렇게 되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 ETF 편입 전략도 차질…운용사들 장내 매수 대응
이번 사태의 파장은 단순히 공모주 청약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스페이스X 공모주를 확보해 ETF와 공모펀드에 선제적으로 편입하려던 국내 운용사들의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래에셋증권이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한 뒤 "장중 매매 대응을 통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내 스페이스X 편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투운용은 스페이스X IPO 참여 사실을 공개하며 배정받은 물량을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와 '한국투자글로벌우주기술&방산 펀드'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TIGER 글로벌AI액티브 ETF와 TIGER 글로벌AI전력인프라액티브 ETF 등을 통해 IPO 물량 확보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관련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미래에셋운용은 패시브 ETF 특성상 지수 편입 일정에 맞춰 스페이스X를 순차적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국내 우주 테마 ET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4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 순자산은 2조2464억원,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은 7034억원,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594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는 3129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2503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공모가 기준 편입이 무산되면서 관련 운용사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 투자자 실망감 커져…금융당국도 경위 파악
업계에서는 절차상 문제 여부와 별개로 투자자들의 체감 충격은 상당했다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 IPO 청약은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한 청약이 잇따라 조기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고 일부 우주 테마 ETF에는 스페이스X 편입 기대감에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설명서와 핵심설명서를 통해 물량 미배정 가능성을 사전에 안내했고 미국 IPO 구조상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도 명시돼 있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실제로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상 물량 미배정 가능성은 사전에 고지돼 있었고 절차적으로도 문제는 없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 IPO 참여 자체에 의미를 뒀던 만큼 실망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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