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중심 통상질서서 투자·생산 중심 경쟁으로 전환
한미전략투자공사, 3500억달러 투자 집행 컨트롤타워 부상
"수출보다 공급망 내 역할 확보가 핵심 경쟁력"
최근 글로벌 통상 질서가 관세 중심 경쟁에서 투자·생산·공급망 중심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관세를 전략 산업 투자와 자국 내 생산기반 확보를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대미(對美) 투자는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 규칙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일Pw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전략투자공사가 바꾸는 산업·공급망 질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보고서는 오는 18일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하 대미투자특별법)' 시행과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을 계기로 한국의 대미 투자 구조를 분석하고, 향후 산업·공급망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관세를 활용해 주요국의 투자와 공급망 참여를 유도하는 협상 방식을 강화해왔다. 한국 또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대미투자특별법이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보고서는 이번 대미 투자가 선택 가능한 전략이라기보다 미국 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건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의 핵심은 투자 확대 자체가 아니라, 이를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익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실행 주체가 되는 것이 한미전략투자공사다. 보고서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단순한 자금 집행 기관을 넘어, 투자 대상 선정부터 구조 설계, 집행,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이자 국가 단위 실행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공사를 중심으로 정책 목표와 수익성, 공급망 전략이 결합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대미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투자는 전략산업 투자와 조선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조선, 반도체, 에너지,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 참여가 결합되는 형태로 추진되며, 조선 분야는 국내 산업과 연계된 별도 지원 구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투자 구조는 '프로젝트 단위'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대미 투자는 정부 중심으로 집행되고, 기업은 개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행 주체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 집행 이후의 성과는 어떤 사업에 참여하고 어떤 기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 변화에 따라 산업 경쟁의 기준 역시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가격과 생산 능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내 공급망에서 어떤 역할과 위치를 확보하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쟁의 초점은 '수출 확대'에서 '공급망 참여와 역할 확보'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산업별로는 에너지와 AI, 반도체 등 인프라 중심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먼저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며, 관련 산업 전반으로 기회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주현 삼일PwC 글로벌 통상 플랫폼 리더(파트너)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이번 투자로 우리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하느냐"라며 "경쟁의 단위도 기업에서 국가로 바뀌고 있는 만큼, 공급망 내 핵심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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