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501조원 돌파…44개 퇴직연금사업자 참여
실물이전 제도 안착에 이용 급증…처리건수 10년 새 5.6배 증가
예탁원 "서비스 고도화 통해 연금시장 성장 지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퇴직연금 플랫폼이 출범 10년 만에 처리 건수가 5배 이상 증가하며 연금시장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과 사업자 간 경쟁 확대에 따라 플랫폼 이용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퇴직연금사업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퇴직연금 플랫폼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플랫폼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후선 업무 전 과정을 표준화·자동화 방식으로 처리하는 종합 업무지원 시스템이다. 예탁결제원이 보유한 펀드넷(FundNet) 운영 노하우와 금융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6년 구축됐으며, 은행·증권·보험 등 전 업권의 퇴직연금사업자를 연결하는 업계 공통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500조원 시장 뒷받침하는 연금 인프라
퇴직연금 시장 성장세는 플랫폼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25년 말 기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 규모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DB)형이 228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확정기여(DC)형 141조6000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 130조9000억원 순이었다.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플랫폼 처리 실적도 꾸준히 증가했다. 연간 처리 건수는 2017년 201만건에서 2025년 1121만건으로 5.6배 늘었다.
서비스별로 보면 상품거래 업무가 2021년 233만건에서 지난해 347만건으로 증가했다. 운용지원 서비스는 연간 100만건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관 수도 확대됐다. 현재 운용관리기관 기준으로 은행 12곳, 증권사 15곳, 보험사 15곳, 근로복지공단, 금융결제원 등 총 4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자산관리기관은 43곳, 상품제공기관은 93곳에 달한다.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개회사에서 "퇴직연금 플랫폼은 지난 10년간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며 국민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핵심 금융 인프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실물이전·계약이전 급증…"가입자 편의 확대"
최근 플랫폼 성장세를 이끈 것은 가입자 중심 서비스 확대다.
2020년 도입된 연금계좌이체 서비스는 개인연금과 개인형 IRP 간 사업자 변경 절차를 전산화해 가입자 편의성을 높였다. 해당 서비스 처리 건수는 2022년 129만건에서 지난해 347만건으로 급증했다.
사업자 변경 시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는 계약이전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했다. 계약이전 처리 건수는 2021년 3만6090건에서 지난해 125만6545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플랫폼 이용 확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때 기존 보유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거에는 사업자를 옮기기 위해 투자상품을 환매한 뒤 현금으로 이전해야 했지만, 실물이전 도입 이후에는 투자 상태를 유지한 채 계좌 이동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시장 변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과 불필요한 운용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실물이전 서비스 처리 건수는 도입 첫해 45만555건에서 올해 195만1817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연금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수수료·수익률 비교가 활발해지면서 향후 이용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앞으로도 시장 변화에 맞춰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특히 실물이전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서비스 품질 향상과 이용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퇴직연금 플랫폼이 국민 노후자산 관리의 핵심 기반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시장 참여자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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