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페에서 70대로 보이는 어르신 네댓 명이 인공지능(AI)을 화제로 삼고 있었다. 챗GPT가 낫다, 제미나이가 편하다, 중국 AI가 의외로 잘 만든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AI는 어느새 개발자나 대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라 노년층까지 사용하는 생활 도구가 됐다.
취재 현장에서도 변화는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학벌을 보지 않겠다는 채용 기조를 내세웠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엔비디아 본사를 찾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을 때는 그가 먹던 치킨을 건네자 손을 뻗어 받아 가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AI는 반도체와 전력, 로봇, 의료, 국방까지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증기기관이 영국을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만들었고, 인터넷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세계 경제의 심장으로 만들었다. AI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좀처럼 오지 않을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AI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듯하다.
누군가 AI를 활용해 업무 시간을 줄였다고 하면 "일할 시간에 딴짓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일 안 하고 주식만 했겠네"라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취업 준비생이 회사 복지를 따지면 본업보다 조건을 앞세운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SK하이닉스가 학벌을 보지 않겠다고 하자 "결국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만 뽑을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이런 모습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고, 중국 청년들은 '탕핑'과 '네이쥐안'이라는 말로 현실을 설명한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릴수록 남의 성공을 응원하는 여유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는 성실했고 무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모차르트라는 압도적인 재능을 마주한 순간부터는 스스로 더 나아질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모차르트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된다.
젠슨 황이 건넨 치킨 한 조각에 손을 뻗는 사람들이 등장할 만큼 AI 열기는 뜨겁다. 하지만 정작 옆자리에서 그 기술로 한발 앞서간 사람에게는 박수보다 의심이 먼저 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같은 도구를 두고 어디서는 더 빨리 달리기 위해 경쟁하고, 어디서는 누가 먼저 출발했는지부터 살핀다.
사실 우리는 모차르트를 미워한 적이 없다. 다만 언젠가 나도 모차르트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AI는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그 믿음을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흘려보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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