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6년 지주회사·CVC 현황' 발표
대기업집단 절반 지주사 체제… 부채비율 39.3%로 재무건전성 굳건
일반지주 CVC 13개사, 초기·중기 벤처기업에 1048억 원 집중 투자
대기업집단 내에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상징하는 '지주회사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자금난을 겪는 초·중기 벤처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유보자금이 CVC를 통해 벤처생태계로 흘러 들어가며 벤처기업들의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창업 후 자금조달 고비)' 극복을 돕는 모험자본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102개 중 절반인 51개 집단이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50개)보다 1개 늘어난 수치다. 대명화학, 한국콜마, 오리온, 희성이 지주회사를 보유한 채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고, 삼성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분야가 인적분할되면서 삼성에피스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신설해 체제에 변화를 줬다.
지주회사 중심의 구조를 갖춘 '전환집단'은 47개로, 2016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투명한 구조가 장점인 지주회사 체제가 대기업집단들의 선택을 받아 주요 지배구조로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들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말 기준 지주회사의 평균 자산총액은 3조 17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89억 원 증가한 반면, 평균 부채비율은 법률상 한도(200%)를 크게 밑도는 39.3%로 전년(43.7%)보다 4.4%p 낮아졌다.
지주회사의 금융업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로 2022년 도입된 일반지주회사 CVC 제도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총 13개사로, 이 중 76.9%(10개사)가 제도 도입 이후 신규 설립·등록됐다. 포스코기술투자, 지에스벤처스, 씨제이인베스트먼트, 효성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13개 CVC가 운용 중인 투자조합은 총 85개다. 특히 지난해 신규 설립된 15개 투자조합의 평균 출자약정금액은 263억 원으로, 국내 일반 VC 평균(160억 원)을 64.4%나 웃돌았다. 새 조합에 납입된 투자금(805억 원) 중 65.2%(525억 원)를 대기업집단 내부에서 출자했다. 대기업 내부 유보금이 CVC라는 통로를 통해 벤처 활성화 자금으로 성공적으로 수혈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가장 긍정적인 대목은 투자 자금의 '질'이다. 지난해 CVC가 집행한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1939억 원으로 전년(2451억 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당장 자금 수급이 절실한 업력 7년 미만의 초·중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오히려 눈에 띄게 늘었다.
업력 3년 미만의 초기기업 투자 비중은 2024년 11.1%에서 지난해 14.0%(271억 원)로 2.9%p 증가했다. 3~7년 사이의 중기기업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30.8%에서 40.1%(777억 원)로 9.3%p나 급증했다. 이들 초·중기 벤처기업에 흘러 들어간 돈만 총 1048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CVC가 모험자본으로서, 벤처기업들이 데스밸리를 잘 지날 수 있도록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AI·페이먼트 등 ICT 서비스(24.9%), 바이오·의료(23.3%), 전기·기계·장비(23.2%) 순으로 투자가 활발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지주회사와 CVC 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대기업과 벤처 생태계의 동반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출자구조, ▲내부거래 현황, ▲지배구조 실태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압력을 형성해 대기업집단의 자율적인 행태개선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또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거래구조 등의 건전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를 개발해 보다 내실있는 정보가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급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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