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유라시아와 중남미 등 글로벌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동시다발적인 공세에 나섰다. 내수 시장의 성장 정체를 해외 판로 개척으로 돌파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 인프라를 수출 전용 기지로 탈바꿈하며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농심은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 판매법인 '농심 러시아(Nongshim Rus LLC)'의 설립 절차를 마쳤다. 지난해 봄 네덜란드 유럽법인을 출범시킨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단행된 신규 해외 거점 마련이다.
농심은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된 러시아 서부 권역을 우선 공략한 뒤, 현지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부와 극동 지역으로 지배력을 넓힐 계획이다. 'X5'와 '마그니트' 등 현지 대형 오프라인 유통 체인은 물론, '오존'·'와일드베리즈' 같은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에 브랜드관을 개설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현지 라면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전역으로 시장을 넓혀 오는 2030년까지 러시아 법인에서만 매출 3000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법인 실적은 올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된다.
또 다른 전략적 요충지인 중남미 멕시코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체험형 마케팅을 펼쳤다. 농심은 멕시코시티의 대형 축제인 '캄포 마르테 26'에 대규모 홍보 부스를 열고 즉석 조리기를 통한 신라면 시식회 등을 전개했다. 매운맛 선호도가 높은 현지 식문화를 정조준해 멕시코를 중남미 전역을 아우르는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글로벌 수요 폭증은 국내 생산 공장의 구조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의 가격 인상 압박과 소비 둔화를 해외 판매법인 공급 물량 확대로 상쇄하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실제 농심의 올해 1분기 한국 부문 매출은 62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480억 원으로 26.7% 급증했다. 내수 직접 매출 감소에도 이익률이 개선된 핵심 요인은 '내부거래'의 증가다. 1분기 한국 부문의 해외 법인향 내부거래 매출은 97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6% 폭증했다. 국내 공장이 단순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 공급 중심축으로 변모하며 전체 수익성을 방어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농심의 이 같은 체질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230억 원, 4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21.4%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농심의 수출 중심 사업 구조는 올해 하반기 완공되는 인프라를 통해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농심은 오는 4분기 가동을 목표로 부산 녹산 제2공장(수출전용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과 중국 등 자체 생산 기지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유럽과 러시아 등 신흥국으로 향하는 물량은 전량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한다는 것이 농심의 글로벌 전략이다. 녹산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해외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체제가 완성된다. 농심은 이곳에서 신라면을 비롯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라면 툼바,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트렌디한 신제품과 너구리, 김치라면 등 현지 인기 품목을 집중 생산해 전 세계 시장에 신속히 조달할 계획이다.
최종 지향점은 창립 60주년을 기해 선포한 '비전 2030'의 실현이다.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 7조3000억 원, 영업이익 7000억 원을 달성하는 동시에 현재 40% 선인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전격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식음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농심 관계자는 "러시아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주변국 시장 공략을 도모하는 동시에, 하반기 완공될 국내 수출전용공장의 제조 역량을 발판 삼아 글로벌 공급망을 한층 더 촘촘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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