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용 의원, 삭제글 中 제품 만족 사례 없어
공정위, 만족도 관리 악용 의혹 관련 약관 불공정여부 검토
[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윤정원기자] #올해 오픈마켓에서 삼성 공기청정기 제품을 21만원에 구매한 직장인 L 씨. 하지만 구매 직후 마음이 바뀐 L 씨는 고객센터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아직 물건이 미배송 상태라면 구매를 취소하고 이미 배송이 완료됐으면 예정대로 제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고객센터 확인 결과 아직 물품은 배송 전이었고 L 씨는 주문을 취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계좌로 들어온 환불금액은 이상하게도 19만원뿐이었다. L 씨가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배송비 2만원을 제외하고 환불처리가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L 씨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자 판매자 상품 Q&A게시판에 사실 내용을 게재했다. 물론 글에 욕설과 비방은 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날 게시판을 확인해 보니 본인이 올린 게시글은 삭제돼 있었다. L 씨가 고객센터에 이유를 물으며 항의하자 센터 측은 "약관상 임의로 글을 삭제할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11번가, 옥션, G마켓 등 국내 3대 오픈마켓에서 구매후기나 상품 Q&A게시판에 게시되는 항의성 글을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오픈마켓 구매후기 등 고객 게시글 삭제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11번가는 3257건, 옥션은 602건, G마켓은 501건의 구매후기를 지웠다. 상품 Q&A게시판 삭제 건수는 11번가가 4만1879건, 옥션이 1623건, G마켓이 1424건이었다.
이처럼 오픈마켓이 고객의 글을 마음대로 지울 수 있는 이유는 '약관'에 있다. 실제 한 오픈마켓의 약관을 보면 '상품평과 첨부된 의견의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해당 상품평과 첨부된 의견을 삭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삭제의 근거가 되는 '부적절'이라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오픈마켓이 약관을 이용해 좋은 고객평만 남겨두며 사실상 이를 만족도 관리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현재 구매후기와 상품 Q&A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오픈마켓 회사에서 모두 임의로 삭제 가능하다. 11번가 상품 Q&A게시판의 경우에는 물품 판매자에게도 게시글을 지울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실제 상품 구매후기를 봐도 불만족 관련 글은 현저히 적다. 11번가의 경우 작년 전체 구매후기 중 불만 글은 1.9%에 불과했다. 옥션과 G마켓 역시 추천안함 글이 0.6%, 1.5%에 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다. 신 의원의 문제점 지적 이후에야 "임의로 소비자 게시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 쇼핑몰의 약관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은 "오픈마켓에서 고객의 글을 임의로 삭제해서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공정위에서 오픈마켓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만큼 임의삭제 관련 내용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약관에 부적절과 관련된 여러가지 기준이 명확하게 표기됐고, 자사 측에서는 기준에 근거해 욕설이나 비방 관련 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조사가 이뤄진다면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욕설과 비방 등 상품과 관련 없는 리뷰에 대해 구매자 또는 판매자가 신고한 경우 사실 확인 후 글 작성자의 동의를 받아 삭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