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최은영 전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부터)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1, 2위 해운업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이끌어온 여성 회장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전통적인 '금녀(禁女)'의 영역인 해운업계에서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2003년부터,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2006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다.
두 사람 모두 남편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기업을 이어받기 전에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나 이들은 글로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찾아온 해운업계 경영 위기를 타개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달 3일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 하차는 공교롭게도 1년여 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한진해운 하차와 맞물려 '해운여걸 시대 종말' 이라는 결과를 낳게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976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5남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현 회장은 결혼 후 30여년을 주부로 살아온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 그러나 졸지에 남편을 잃고 그룹 회장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현 회장과 닮은꼴이다. 최 회장은 대학 졸업 후 바로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해 가정에만 신경을 쓴 전업주부였다. 최 회장도 2006년 남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듬해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양대 해운업체도 잇단 경영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고 최은영 회장의 경우 2014년 11월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며 '해운여걸'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현재는 기존 한진해운 모기업이었던 한진해운홀딩스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변경하고 유수로지스틱스, 싸이버로지텍 등 남은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최 회장보다 좀 더 오랜 기간을 버티는 뚝심을 발휘했지만 장기 불황과 호황기 때 체결한 장기용선계약의 족쇄에는 견딜 재간이 없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 호황기를 맞았을 때 시장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후계구도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번 사태를 통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