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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이어 이번에는 남유럽발 위기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연합(EU)의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독일은 EU 수호를 위해 이들에 대한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EU의 핵심국가인 독일과 다른 회원국 간 충돌이 EU 해체의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5일 유럽전문매체인 EU옵서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대해 적자재정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당초 이달초 시한이던 재정개선책을 3주 연기해 준다는 방침이지만 두 나라는 개선책을 제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기된 시한까지 지날 경우 집행위는 두 나라에 벌과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집행위원회 내부 의견은 갈려 있다. 벌과금 부과를 강하게 주장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벌과금 부과는 EU와 두 나라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EU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의 갈등이다. 당장 포르투갈 내에서는 "벌과금 부과는 포르투갈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라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포르투갈 통신사인 루사가 전했다. 월스리트저널은 집행위원회가 한 푼도 받지 않는 상징적인 벌과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전했지만 두 나라에서 반EU, 반독일 정서가 이는 것을 막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 5월 집행위원회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아래로 낮추는 개선책을 제시하라고 두 나라에 요구했다. 특히 포르투갈은 이미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 지난해 GDP의 4.41%에 해당하는 재정적자를 봤다. 이와 관련,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는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대책들을 세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루사통신은 이와 함께 마르셀로 레벨로 데 수사 대통령의 발언도 함께 전했다. 그는 "포르투갈의 현정부나 전 정부나 재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경제위기는 정부의 노력으로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디스이즈머니는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또 다른 위기가 유럽을 찢어버리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총리가 은행 구제자금으로 350억 유로(약 45조원)를 애걸하고 있지만 '안돼'라는 독일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채 규모는 EU 전체 부실채권의 3분의 1, 이탈리아 GDP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는 브렉시트 이전부터 임박한 위험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브렉시트 이후 금융권에 불어닥친 충격파로 더욱 위기가 심화됐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3번째로 큰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방카 몬테 파스치 시에나(BMPS)'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실채권 감축을 요구하면서 표면위로 떠올랐다.
EU 규정상 예금 원금 탕감 등의 채권자 손실분담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허용되지 않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BMPS에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진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렌지 총리는 오는 10월 상원제 폐지를 골자로 한 개혁법안 국민투표 통과에 자신의 직을 걸었다. 수많은 은행예금자가 정부의 방관으로 돈을 날리게 되면 결국 사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피니언리더들의 의견을 전하는 영국의 온라인매체 소셜유럽(SE)는 이같은 상황에 주목, "영국 다음 EU탈퇴 도미노는 이탈리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의 더오스트레일리안은 "이탈리아와 EU간 이같은 갈등은 갓 짜인 EU내 은행시스템을 찢어버릴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은행 위기는 브렉시트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