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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청춘이니까 아프다'… 무술년에도 청년들은 '취업 전쟁중'

메트로신문이 새해에 만난 취준생들의 '취업 소망' 이야기



취업준비생들의 전쟁은 해가 바뀌어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치열해지기만 한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할 때마다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손만 벌리게 되는 부모님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분명 '성공'해야 한다. 성공은 곧 '취업'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나, 청춘이니까 아프다고 했나. 그래도 청춘이라 희망이 있다.

메트로신문 인턴기자들이 무술년 새해인 2일 '취업 성공'의 단꿈을 꾸고 있는 우리 주변의 청년들을 만났다.

◆하루 하루가 취업 전쟁터, '청춘이니까 아프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취준생 A씨(28). 2년간 대기업 문을 두드리던 A씨는 방향을 돌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 또 다시 시간이 1년 반 가량 지났다. 지난해엔 공무원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3년 반 동안 A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매달 50만원의 용돈을 받았다. 공무원 준비를 하고선 200만원짜리 코스 강의도 들었다. 6개월부터는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2년간 대기업만 60여 곳에 원서를 냈다.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도 붙었지만 면접을 넘지 못했다. 부모님께 죄송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 30만~40만원 가량을 벌어 쓰고 있다." A씨의 말이다.

소위 'SKY'대학 이공계를 졸업한 B씨(27)는 1년 4개월째 취준생 신분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책연구소 등을 두루 지원했지만 때로는 서류에서, 때로는 최종면접에서 미끄러졌다.

B씨는 "석사후연구원을 하고 있어 매달 70여 만원 받는 돈으로 교재 구입, 교통비, 밥값 등을 충당하고 있다. 오전엔 연구소 업무와 채용정보 탐색, 오후엔 지원서 작성이나 친구들을 만나 정보를 들으며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C씨(여·26)는 인턴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했지만 적지 않게 후회를 하고 있다.

"신입 같지 않은 신입을 원하는 회사가 많은 것 같아 경력에 한 줄 넣기 위해 인턴을 시작했다. 그런데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다보니 인턴을 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정직원들은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지만, C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엔 취업준비를 해야하는 케이스다.

C씨의 꿈은 소박(?)하다. 어떤 직장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C씨는 "딱 정시에 퇴근 가능하고, 업무시간 외에 스트레스 없고 월급이 넉넉한 그런 직업을 갖고 싶다(웃음)"고 말했다.

대학교 2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D씨(29)는 취업 현장에서 학력의 벽을 심각하게 체험하고 있다. 대학 공부가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서 중퇴했지만 오판이었다.

D씨는 "고졸 학력으로 한국사회에서 지내는 것은 버겁다"는 말로 무게감을 대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제조업 공장에서 2년 정도 일하고 나니 사장이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더라. 그 때 짤린 사람은 고졸들 뿐이었다. (고졸이란)차별은 눈에 잘 보이질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눈 낮춰 중소기업에 가라고?

그렇다고 대기업에서 눈을 돌려 중소기업에 취업하기엔 마음이 썩 내키질 않는다.

A씨는 "중소기업은 가고 싶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보니 법정 근로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그렇다고 추가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며 "중소기업은 연봉도 낮고 복지도 좋지 않고, 처우도 열악해 가고 싶지 않다. 나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이 485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이보다 39.4%나 낮은 월 294만원에 그쳤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큰 상황에서 A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B씨도 "어른들은 눈을 낮추라고 하지만 아무데서나 시작하고 싶지 않은 게 우리 심정이다. 일단 회사에 들어간 후 이직하라고도 말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적응하느라 정신없어 이직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E씨(25)는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경쟁하며 살아왔다. 무조건 남들보다 더 높이 가려고만 한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 얻기는 '바늘구멍'이다. 중소기업이 많지만 (취준생들이)눈을 낮추긴 어려운 현실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게 창피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돈'이다. 취업 기간이 길어질 수록 부모님에게 기대는 일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영업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F씨는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부담드리는 게 가장 죄송하다. 4학년 2학기부터는 취업 준비 때문에 '알바'도 그만둔 상태여서 빨리 취업해서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다"며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정부가 내놓는 수많은 대책은 '글쎄'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해 쏟아내놓고 있는 정부 정책도 취준생들은 그리 달갑지 않다.

취재 중 만난 한 취준생은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강요하기보단 법적으로 40시간 이상 일을 못하게 하고 이를 철저하게 단속하면 기업은 일손이 부족해 자연스럽게 사람을 뽑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봤다"고 말했다.

스펙을 쌓기 위해 취준생 대부분이 치르는 토익이나 토익스피킹 시험 등의 비싼 응시료도 가뜩이나 '생활고'에 허덕이는 취준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정부가 차라리 이런 비용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E씨는 "토익의 경우 900점은 넘었으니 됐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또 950점이 기본이 된 것 같다. 3월에 토익점수가 만료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지난달에만 토익시험을 2번이나 봤다. 응시료가 또 오를까 겁난다"고 토로했다.

청년일자리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김영민 정책팀장은 "정부의 청년 취업 대책엔 당사자인 '청년'이 빠져있다"면서 "취업성공패키지와 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상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또 직업 훈련 후 막상 취업하면 저임금 직장인 경우도 많다. 내일채움공제는 기업 중심적이다. 목돈을 모은다는 이유로 연봉이 삭감되기도 하며 2년이 '기본'이라 이직을 막는 제도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또 "정부 정책이 청년을 위한 것이라면 청년 개개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책 목표는 수치가 아니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치만 보면 정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호 기자 구서윤·김현정·나유리·유재희·임현재·정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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