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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이재용 재판 돌아보기 ④] 승계의 실체 과연 있었나?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그룹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얼굴을 비추는 일이 늘어났다. 삼성그룹 경영권을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세간에서 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독대를 준비하던 청와대 비서관들은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 앞서 읽어볼 기업 관련 자료인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비서관들은 삼성에게 기업의 현안 등을 요청하는 대신 인터넷 검색을 택했고 경영권 승계를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결국 대통령 말씀 자료에는 후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2월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은 "2015년 말씀 자료에 '삼성그룹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이므로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화되어 삼성그룹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람'이란 구절이 있었다"며 "현 정부 임기 내에 승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함"이란 구절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는 자신이 아닌 윤모 행정관이 작성한 문장이며 "윤 행정관 본인 스스로 생각해서 썼다고 들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삼성의 핵심 현안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박영수 특검은 1심 결심공판에서 "삼성으로서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인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가 되었다"고 말했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이 사건은 단적으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더해 박영수 특검은 "통상적으로 그룹 차원의 뇌물 사건에서 가장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네준 사실과 그룹 총수의 가담 사실"이라며 "두 가지 사실을 피고인들이 자인하고 있다"고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지상과제였고 재판에서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을 피고인들이 인정했음에도 재판은 쉽게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재판이 특검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은 이유로 삼성 관계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회사 지분을 최대한 늘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특검의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승계 작업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장 역할을 물려받는 의미의 승계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선택됐을 때 완료됐으며, 이 회장 사후 지분을 상속받는 절차만이 남아있었다는 의미다. 더불어 삼성전자 지분의 51% 이상이 외국인 주주들의 소유인만큼 이 부회장 개인의 지분 확보는 이미 의미가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승계 작업이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 작업 중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고리 해소 시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과정'이라는 것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삼성물산 합병은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한 작업이고 의결권 손실 최소화도 그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법 19조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 작업은 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지분을 줄인다는 모순을 내포했기에 실존할 수도 없는 셈이다.

또한 박영수 특검은 1심 논고문에서 "디테일의 늪에 빠지게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특검 스스로 개별적, 세부적 사안에서는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특검의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내 실력으로 내가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임직원에게 어떤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대주주로서 지분을 얼마 가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고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와병 후 삼성그룹 안살림을 맡아온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회장 취임을 수차례 권유했다"며 "본인이 때(임원과 주주들에게 삼성의 리더로 충분히 인정받은 상황)가 아니라며 고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회장 취임 같은 문제는 이미 이 부회장 자신의 결심에 달린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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