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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난 멈추지 않는다] ④ "나를 일으켜준 진짜 내 모습, 여행으로 만났어요"

지난달 29일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포동작가(필명)의 모습을 '날 만나러 가요'의 주인공 포동으로 표현했다. 포동작가는 "어려서부터 포동포동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별명이 빵순이"라며 웃었다./포동작가 제공



'나는 오늘도 못 자는구나.' 일요일 새벽에 울린 카톡 메시지를 본 '포동'은 다시 커피를 찾는다. 좋아한다고 믿었던 일이 나를 하루에 두 시간만 재울 줄은 몰랐다. 25살이어서 부려먹기 쉬웠고, 여자라서 남자보다 기회가 적었다.

사직서를 냈다. 한 번의 이직과 두 번의 퇴사.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어둠 속 텔레비전이 보여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왠지 저곳에 가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매주 화요일 피키캐스트에 연재 중인 '날 만나러 가요'의 주인공 포동은 그렇게 비행기 표를 끊었다. 포동작가(필명) 본인의 동남아시아 여행기인 이 웹툰은 평균 조회 수 5만3000여회를 기록했다. 오는 5일 31화를 끝으로 연재를 마친다. 연재 종료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합정역 인근에서 만난 포동작가는 "예전의 저처럼 시련을 겪는 분들께 힘이 되고자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포동작가가 자전적 여행기 '날 만나러 가요'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다./이범종 기자



◆좌절에 움츠리던 퇴직자, 세상에 말을 걸다

단 2주 동안의 여행을 위해 고민한 시간은 석 달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을 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우울증은 우울한 생각이 아닌 무력감 때문에 온다는 말을 실감했죠."

애니메이터로 일한 첫 직장과 여섯 달이 6년 같던 두 번째 회사는 시간과의 전쟁터였다. "처음엔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생각에 연거푸 고개를 저었어요. 그러다 언제 업무 지시가 있을지 몰라 불안했던 마지막 회사가 생각난 거예요. 막상 저에게 주어진 것은 시간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죠."

작품 속 포동은 막연히 떠올린 '원주민'이 아닌 대도시 속 태국인 앞에서 후줄근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자신을 돌아본다. 도피처가 아닌 또 다른 현실에 들어선 포동은 태국과 캄보디아 곳곳을 누비며 '바가지'를 당해보고, 동료 여행자들의 도움도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방콕의 한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줄 팝콘을 양보했던 현지인이 포동에게 돈을 요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행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포동이 정가보다 비싼 값에 유심칩을 구하는 장면에서도 공감하며 안타까워한다. "현지인이 팝콘값 요구하는 장면에서 '포동이 멍청하다'고들 하셨는데, 실제로는 옆에서 다른 외국인이 당한 모습을 보고 각색한 거예요. 하지만 유심칩 비싸게 산 건…. 네, 제가 맞아요(웃음)."

외국인과 처음으로 영어로 몇 마디 나눈 자신을 뿌듯해하던 포동은 어느새 다른 여행객에게 먼저 말을 건다. 앙코르와트의 추운 내부 관람에 필요한 옷은 먼저 다녀온 노부부에게서 얻어내기도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하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점도 공감 요소다. 포동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여행객들은 상대의 배경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다. 저마다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포동은 '나는 내 생각보다 더 잘 하고 있다(11화)'고 다독인다.

사기꾼인 줄 알고 경계했던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상 버스에 타는 식의 유쾌한 반전은 또 다른 묘미였다.

포동작가가 2016년 2월 앙코르와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작품 속 포동 역시 같은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포동작가 제공



◆착취 거부한 20대 여성 포동에 '공감'

무엇보다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포근한 그림체로 풀어낸 회상이다. 27화에서 포동은 자신이 무엇으로부터 캄보디아로 떠나왔는지 떠올린다. 주말 없이 일하다 쓰러진 포동은 상사로부터 따뜻한 위로 대신 '책임감 결여'로 질책당했다. 실제 상황이었다. "대표는 제 앞에서 다른 남자 직원을 욕하고는, 저에게 '키워주고 싶다'는 말로 희망 고문 했어요. 하지만 정작 열매는 대표가 비난하던 그 사람에게 갔죠." 포동작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실제로 일하다가 쓰러졌는데, 대표가 '지금 하는 프로젝트는 어쩔 것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맡은 프로젝트만 마무리하고 그만두기로 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저 혼자 세 명분의 일을 해왔대요." 2015년 10월, 소진된 청춘이 '사용 불가'를 선언한 이유다.

그로부터 약 석 달 뒤. 좌충우돌 끝에 도착한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며, 포동은 세상이라는 곳에 다시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다.

반전은 작품 바깥에 있다. 한 뼘 자란 포동작가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높은 현실의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또 힘들었어요.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제 상황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포동작가의 마음은 예전보다 단단해졌다. "앙코르와트를 다녀온 뒤에는 다시 동남아에서 두 달 여행했어요. 광고회사에서 8달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고 떠났는데, 첫 여행지에서 사람들이 추천한 다른 도시들을 다녀왔죠. 여행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도 그때 여행을 마치면서 하게 됐어요."

작품 내내 포동에게 도움을 주며 가까워진 남자 '상추'씨는 실제 인물이 아니다. "저에게 도움 주셨던 분들을 상추라는 남성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두 사람을 응원하신 독자분들은 실망하시겠네요(웃음)."

여행을 결심하게 만든 다큐멘터리 속 앙코르와트도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가 기대한 장면은 아름다운 일출과 그 모습을 화폭에 담는 예술가들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가 보니, 그들은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앙코르와트는 보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더군요. 여행객의 사진 경쟁도 심했고요. 하지만 그때 썼던 색안경이 저를 끌어내 다행이다 싶어요."

포동작가는 가방에 태블릿PC 서피스 프로(Surface Pro) 2와 드로잉 북, 아이폰(iPhone) 8 등을 넣고 다닌다. 포동작가는 "여행 도중 사진을 찍을 때 촬영음이 들리면 난감해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무음 촬영이 가능한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날 펼친 드로잉 북에는 '날 만나러 가요'의 마지막회 구상이 담겨 있었다./이범종 기자



◆얻은 것은 진짜 내 모습

여행의 수확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편견 없는 눈, 웹툰 작가 데뷔다. 무엇보다 가방 하나 멘 채 남미를 시작으로 세계여행 하는 꿈이 생겼다는 점이다. "친구들이 '포동을 너무 귀엽게 그렸다'고 놀리는 모습을 보면, 다들 저의 우울했던 시기를 기억 못하는 것 같아요. 결국, 그 힘들었던 시절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작품 제목을 '날 만나러 가요'로 정했답니다."

올해 포동작가의 목표는 차기작 발표다. "장르는 스릴러일지 드라마가 될지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하지만, 그 안에서 열정페이 같은 'n포세대' 문제도 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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