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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차장칼럼>우리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책임묻기란?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장. 지난 1월 취임 첫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역대 위원장과는 사뭇 다른 파격적인 업무계획을 발표한다. 원전 사고 때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무제한 책임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 강 위원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약 75조원"이라며 "우리도 원자력손해배상법을 개정해 상한 책임한도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수원의 법정 손해배상 책임한도가 대형 사고 시 배상액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기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올린다고 추가 비용이 전기료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100배 이상 배상금액이 늘어나는 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실천할 방법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다.

엄청난 책임을 이야기하는 자리지만 막상 그 책임의 소재와 한계는 너무나 불분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내 A사의 침대에서 방사선 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덕분에 바로 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검증에 나섰다. 검증결과는 라돈은 피폭선량 기준치 이하이나 토론 등 다른 방사능 성분이 나와 이를 합치면 환경부 실내 공기 질 권고치를 넘는다는 것.

그래서 안전하냐는 질문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답변은 "안전한지 아닌지 답변하기 어렵다"는 식의 또 한번의 모호함이었다. 위원장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높이겠다며 언급한 '책임'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혼란스러웠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 중소기업대출을 활성화 시키겠다며 여러 금융수장들이 자신이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며 금융기관들을 독려했지만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대로 대출의 대기업 집중이었다. 그들이 언급했던 책임과 금융기관들이 걱정하는 책임의 의미가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사회는 너무나 쉽게 '책임'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책임을 물을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바로 이러한 '책임'의 모호함 때문이다.

책임이 그 순간의 비난을 면피하기 위한 미사여구가 아닌 제대로 된 책임으로 인식 되려면, 책임의 '소재'가 분명해야 한다. 누가 실제 이 일과 관련해 정확히 알고 관리할 수 있는지 세밀하게 따져 책임질 사람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사고는 모두 사장까지, 일반사회의 사고는 대통령 까지 책임이 올라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의 '한계'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관리가능하지 않은 일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예를 들어 공무원 한 명에게 수십개 산의 산불예방 책임을 부여하면 아예 관리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고의 금감원 조사결과를 보면서 다시한번 책임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다.

당국은 우리사주 배당과 관련한 회사의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며 회사와 관련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거론했다.

물론 삼성증권의 배당주식 사고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대형사고 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부서와 경영진이 대규모 금융회사에 존재하는 수천개가 넘는 전산 화면과 기능을 내부통제 부서가 예상 하기 힘든 상황까지 가정해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불과 며칠 전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후 발생한 대규모 장애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아무리 오랜기간 준비해도 금융기관의 거대한 시스템에서 예상못한 오류를 완벽히 예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이 쉽게 가능한 것이라면 20년 세월동안 수많은 정기조사를 진행한 감독당국은 왜 삼성증권 배당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걸까(?) 그렇다면 이들도 책임이 있는 걸까(?)

문제가 발생할 때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소재'와 구체적인 '한계'라는 객관적 기준없이 여론에 떠밀리듯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제대로 된 예방과 관리보다는 행운에 맡기고 방치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대한민국의 모든 단체와 기업의 임직원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의 상황에서 책임자로 처벌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속에 잠재적 죄인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제 우리사회에도 일벌백계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무분별한 처벌 보다는, 책임의 소재와 한계에 대해 명확히 해 미래 사고예방의 실질적 교훈을 만드는 실사구시의 성숙한 책임묻기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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