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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승의 은혜는 땅 위에 있다



스승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교육도 서비스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교사들은 쏟아지는 카카오톡 문의에 시달려야 한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잔업에 허우적대다보면 일 년이 금방 지나간다. 교사는 하루가 멀다고 변하는 입시와 지침에 말라간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고등학교 재직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부 '창의적 체험활동' 작성 방식에 관여하는 학부모들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생부 작성 지침도 자주 달라져, 수정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정 부분에 적으라던 '-' 표시는 '~' 표기로 지침이 바뀐다. 한컴오피스에서 따옴표를 적으면 규정위반이지만, 엑셀에서 썼다면 문제없는 식이다.

선생님의 헌신을 알기에, 제자들은 여전히 스승의 날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어떤 스승은 법정에서 죗값을 확인해야 했다. 지난 3일 김복만 전 울산시 교육감 부부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차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울산시 교육청 관급 공사 수주를 대가로 2억8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 중 1억4000만원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조영철 부장판사가 착잡한 표정으로 양형 이유를 읽는 동안, 김 전 교육감의 아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김 전 교육감의 고개는 땅에 꺼진 듯 보이지 않았다.

징역 7년과 5년. 남편과 아내는 스승의 날을 보름 앞두고 젖은 눈으로 방청석을 돌아봤다. 그의 가족이었을까. 고령의 여인은 의자를 붙잡고 서럽게 울었다. 한때 하늘에 있던 스승의 은혜가 권세로 이름을 바꿔 단 결과였다.

내가 기억하는 5월은 선생님이 경의를 받는 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제자의 안목으로 골랐을 리 없는 책 한 권을 받아들고, 그 사이에 꽂힌 봉투 하나를 손에 쥐셨다.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펼친 봉투 안에는, 어김없이 감사 편지가 들어있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부모님의 인사를 읽던 선생님의 미소. 이날 선고와 죄명이 유독 슬픈 이유였다.

스승의 은혜는 대지에서 피어난다. 지난 겨울 찾은 고등학교 교사의 집에선 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제자들이) 말은 잘 듣느냐'는 물음에 "애들 다 착해"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어떤 권위나 이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우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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