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 펀드'(vulture fund)의 사냥에 한국 자본시장과 재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매직램프(먹튀 헤지펀드 이야기)'라는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다...
'韓 기업 손쉬운 먹잇감' 엘리엇, 재계 더 못참겠다...'엘리엇 방지법' 도입해야

'벌처 펀드'(vulture fund)의 사냥에 한국 자본시장과 재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매직램프(먹튀 헤지펀드 이야기)'라는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 1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를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이것도 모자라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억7000만 달러(약 72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에 나섰다.

SK(소버린), 삼성물산(엘리엇)이 벌처펀드에 곤욕을 치렀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부유출을 막을 백기사도 사라졌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기금운용이 '배임'의 덫에 걸려 곤욕을 치른 것을 본 기관이 선뜻 제목소리를 낼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제2, 3의 론스타나 소버린이 무혈 입성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려면 소액주주가 배당과 같은 눈앞에 이익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진정한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가 돼야 하다고 얘기한다. 특히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부터 기업 경영권을 보호할 방어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계, "더이상은 안돼",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 한 목소리

2000여 기업이 '주주 행동주의'(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로 포장한 먹튀 외국자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 필'제도와 같이 세계 주요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수단을 우리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도입이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감사(위원) 선임 시 3%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로서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사회통념상 소액주주로 볼 수 없는 주주의 경우 대주주와 동일한 의결권제한을 두어 역차별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면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포이즌 필'로 불리는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으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과 그 부작용은 반복되고 있다. 먹튀들이다. SK와 KT&G, 두 건의 사례에서만 해도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1년 남짓한 단기간에 약 1조 500억 원 대의 차익을 실현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공격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정책당국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라 그 충격이 더욱 크다.

두 협회는 "상장회사가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고 일자리 창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상시적인 경영권 위험은 국가경제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

국회에서도 경영권 방어 조치에 공감하고 있어,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부산 기장군)은 지난 15일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권성동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지난해 11월에 비슷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제2의 소버린, 제2의 엘리엇이 나오지 않도록 무방비로 노출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말했다.

◆소액주주, 진정한 행동주의 생각해 볼 때

엘리엇이 겉으로 내세우는 것은 주주가치다. 하지만 본질은 돈이다. 엘리엇이 우리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한데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보이는 것 중에는 그 이면까지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오랫동안 보아 왔다는 이유로 '당연함'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되새겨보자. 스마트폰의 시작인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남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고정 관념을 탈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행동주의 투자의 관점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당연함과 관성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니라 당연함을 부정하고 새로운 본질을 들여다보고 행동한다면 소액주주 하나하나의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것이다. 제2의 스티브 잡스는 멀리 있지 않다"면서 "주식소각이다 배당은 눈앞의 이익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와 같은 '메이드 인 코리아'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면 보다 큰 수익으로 돌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가 진정한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가 돼야 한다는 것.

벌처펀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스스로도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관투자가의 주주행동주의가 주총을 바꾼다'란 보고서에서 "기업도 자체적으로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단기 실적주의를 지양하며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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