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중랑천,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뚝섬은 조선 시대 태조 이성계가 매사냥을 즐기던 장소였다. 백 년 전에는 정수장으로, 1954년에는 경마..
[되살아난 서울] ⑲ 진화하는 공원, 뚝섬 '서울숲'

▲ 지난 3일 서울숲을 찾은 관람객들이 꽃사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강과 중랑천,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뚝섬은 조선 시대 태조 이성계가 매사냥을 즐기던 장소였다. 백 년 전에는 정수장으로, 1954년에는 경마장으로 쓰였던 뚝섬에 2005년 여의도공원 5배 규모의 서울숲이 들어섰다.

서울숲은 물놀이터, 조각 정원, 무장애 놀이터가 조성된 문화예술공원, 사슴, 고라니, 토끼 등의 동물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생태숲, 곤충식물원과 나비 정원이 있는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 수변공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민간 위탁 첫 사례, 효과는

▲ 서울숲 어린이 정원에 있는 마녀의 집은 성동구 주민들이 공간 기획부터 관리 전 과정에 참여해 만든 공간이다./ 서울숲컨서번시

지난 3일 개장 13년을 맞는 서울숲을 방문했다. 공원 입구에서 중랑천 쪽으로 10여 분을 걸어 들어가자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펼쳐졌다.

길 끄트머리에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뾰족한 지붕의 통나무집이 보였다. 다락방 창문에는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가, 지붕에는 마녀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가 붙어 있었다.

서초구 잠원동에서 온 김윤서(11) 양은 "집이 꼭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의 집처럼 생겼다"면서 "책에서처럼 집이 과자로 만들어져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공원 운영을 맡은 민간단체 서울숲컨서번시 관계자는 "가족마당 뒤쪽 어린이 정원은 성동구 공동육아 커뮤니티가 공간 기획과 조성, 관리 전 과정에 참여해 만든 장소"라며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를 컨셉으로 만든 테마정원이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마녀의 집은 지역 주민이 낸 아이디어가 실제 공원 조성에 적용된 사례"라며 "서울숲은 공원 관리와 운영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공원이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서울숲을 찾은 어린이들이 무장애 놀이터에 있는 놀이 시설 '거인의 나라'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숲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비영리 민간단체 '서울숲컨서번시'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오고 있다. 시가 공공 공원 운영을 민간위탁한 건 서울숲이 처음이다.

당시 공원 관리 경험이 없는 민간단체에 서울숲을 맡길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공원에 대한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원 관리 모델이 필요하다며 민간위탁을 추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 민간운영을 통해 인건비 등을 포함해 연간 50억에 달했던 운영비가 3~4억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간 오천 명이던 자원봉사자는 만 명으로 늘었다"며 "민간 위탁 이후 시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공원 운영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숲 반상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주민들을 모아 관련 전문가들과 서울숲 관리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렴해 공원 이용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나비 정원부터 바닥분수까지··· 아이들의 천국

▲ 3일 서울숲 나비 정원을 찾은 한 가족이 배추흰나비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어린이정원이 있는 문화예술공원에서 한강이 있는 남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체험학습원이 나온다. 체험학습원에는 나비 정원과 곤충식물원이 있다.

나비 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흰 나비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눈앞을 어지럽혔다.

정원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크게 뜨고 나비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온 김원주(42) 씨는 "산에 가도 보기 힘든 나비를 잔뜩 볼 수 있어 좋다"며 "오늘은 친구들이랑 왔는데 다음에 가족들이랑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이 넓은 공간에 관리자가 한 명도 없는 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바닥에 죽은 나비들이랑 곤충식물원에 폐사한 곤충들은 왜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거냐"며 의아해했다.

실제 이날 곤충식물원에 있는 아크릴 사육장 안에서 길앞잡이, 흰점박이꽃무지 등의 곤충들이 죽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지난 3일 서울숲 곤충식물원 아크릴 사육장 안에 있는 길앞잡이가 죽은 채 발견됐다./ 김현정 기자

서울숲컨서번시 관계자는 "곤충식물원 관리 인원 2~3명이 식물부터 모든 관리를 다 맡아 해 곤충이 죽어 있는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식물원이 곤충이 살기 적합한 상황이 아니어서 손이 많이 탄다. 수시로 관리하고 있지만 곤충들이 잘 죽는다"고 해명했다.

▲ 3일 오후 2시 서울숲을 찾은 어린이들이 신나게 바닥분수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시곗바늘이 오후 2시를 가리키자 서울숲 광장에 어린이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들이 서 있는 체스판처럼 생긴 바닥에서 3m 높이의 물기둥이 솟구쳐 올라왔다. 바닥분수 위에 발바닥을 올려놓은 한 꼬마는 구멍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꺄르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가족들과 서울숲을 찾은 이지은(35) 씨는 "애들이 너무 재밌어해서 집에 안 간다고 할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오늘 여기 오길 참 잘한 것 같다"며 빙긋 미소지었다.

이 씨는 "물놀이 이용객들이 정말 많은데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사람들과 부딪혀 다칠까 봐 걱정된다"면서 "바닥분수 근처에 안전요원이 없어 불안하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날 오후 서울숲에서는 조각 정원 뒤 잔디밭에서 물을 주는 서너명 외에는 현장 관리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서울숲은 13만 평(43만㎡), 축구장 60개 크기의 대규모 공원이다. 주말 평균 약 2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지만, 운영직 29명을 포함해 약 70여 명의 현장 근무자만이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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