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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디저트 완판남 '헤르아', 완판의 비결은 '자부심'

헤르아.



24살. 나이는 어리지만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파티쉐가 되겠다는 꿈을 꾼 지도 12년째다. 20살이 되어서는 부모님께 대학진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그 돈으로 하루빨리 '내 가게'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그 결과 헤르아는 오픈 1년 만에 '없어서 못파는' 디저트 가게가 되었다.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작은 디저트 가게 '헤르아'의 파티쉐(제과제빵사)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헤르아'다. 물론 본명이 아닌 활동명(?)이지만 이제 그에겐 이름보다 더 친숙한 명(名)이다.

헤르아의 핸드폰 속 알람은 새벽 5시 20분에 맞춰져 있다. 가게 오픈시간은 오후 1시쯤이지만 그의 하루는 반나절 더 일찍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나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일정 체크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 알림을 본다. 매장과 관련해 회신할 메시지를 모두 보내고, 하루 일정을 정리한다"고 했다. 그는 또 "가게에 오자마자 제빙기를 켜고, 오픈 준비를 한다. 또 케이크를 굽거나 밑작업을 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헤르아.



하루 종일 팔리는 물량을 소화하려면 퇴근 후 작업도 모자라 이른 시간부터 부지런히 오븐을 돌려야 가능하다.

헤르아의 스콘



때문에 그는 또래의 평범한 일상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헤르아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고, 다른 친구들 처럼 마음껏 여행을 가기도 힘들다. 물론 연애도 힘들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저트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워가는 원동력은 '자부심'이다.

그는 "쉽게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민폐다"라고 말할 정도로 확고한 고집이 있었다. 이어 그는 "돈이 너무 많아서 매장 두 세 개 말아먹어도 타격 없을 정도가 아니면 본인만의 아이덴터티(정체성)를 갖고 창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르아의 정체성은 '스콘'이다. 케이크류에 비해서 원가 부담도 크고, 호불호도 갈리는 메뉴지만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헤르아는 "한국 사람은 일본 디저트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부드러운 걸 좋아한다. 반면 스콘을 퍽퍽하다고 생각해 선호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면서 "스콘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스콘도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나의 목표다"고 자신했다.

자신감을 둠뿍 첨가한 스콘을 파는 파란색의 아기자기한 가게는 3000만원으로 시작됐다. 요즘 시세에서 3000만원으로 카페를 창업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헤르아는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가게를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물론 최적의 요지도 포기했다.

오픈 준비 중에 찍은 내부 인테리어



헤르아는 "10평 미만의 상가를 구하는 사람이 많아서 경쟁이 진짜 치열했다. 상가가 있다고 해서 내일 가겠다고 하면 그날 저녁에 나갔다. 방배동, 홍대에는 엄두도 못냈다. 일단 월세가 저렴한 아파트 상가에서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곳에서 인정받고 더 좋은 곳에 나가면 된다"며 긍정적으로 웃어보였다.

헤르아의 스콘들



아울러 그는 "예산의 절반은 인테리어"라면서 "직접 치수를 재고, 도면을 만들어 인테리어 값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다만 '최소한의 인테리어'는 절대 '을'인 임대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헤르아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예쁘게 만들어 놓은 가게를 원상복구 시켜야한다는 요구를 하는 임차인이 많다. 계약이 끝나서 나가게 되면 권리금도 못받고 공사비를 들여 옛날의 상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상가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게 태반이라고 한다. 1년 단위로 월세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이에 그는 "임대차 보호법이 임대인을 보호해 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외에도 일회용품 사용규제, 공연사용료 지급 등 자영업자로서 깊은 고민이 드러나는 불만도 길게 쏟아냈다.

헤르아의 대표 메뉴 '흑임자 스콘'.



이러한 외부 요인들 속에서도 헤르아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의 컨디션이 좋아야 맛도 좋고, 손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철학이 있어서다.

헤르아는 "디저트 가게의 기본은 위생과 서비스"라면서 "최근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해야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생활 분배나 패턴 적응에 힘들지만 최대한 삶의 시간표를 만들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보람은 "스콘의 변화 과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껴질 때"라고 했다. 또 가장 좋아하는 손님은 "많이 사주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은 "조금씩 사더라도 자주 와주는 사람"이라고. '사람'이 자산임을 가장 잘 알고 소중히 여기는 그의 철학이 헤르아의 또 다른 완판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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