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되는 인텔 8세대 CPU 제품군./인텔 홈페이지
최근 인텔 CPU가 전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업체인 AMD가 큰 폭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인텔 위주의 현재 CPU시장에 변화가 생길 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7월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과제로 추가 수요 충족을 언급했다. 특히 이 시점에서 14나노미터(㎚) 프로세서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며 해외에서도 해당 CPU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인으로 14㎚ 수율(불량 없는 양산 비율)문제가 생긴 데다가 차세대 CPU에 코어가 늘어나면서 웨이퍼당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인텔은 1월 이후 예상치 못한 45억 달러 수준의 수요 증가 등을 들며 늘어난 PC 수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최고재무관리자(CFO)이자 임시 최고경영자(CEO)인 밥 스완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게임 수요 등으로 2011년 이후 최초로 PC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인텔의 CPU 공급이 의심할 여지 없이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밥 스완은 단기적으로 프리미엄 CPU인 제온과 코어 프로세서 생산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인텔이 10억달러(1조1000억원)를 더 투자해 미국, 아일랜드, 이스라엘 공장의 14나노미터 공정의 생산 능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런 인텔의 정책은 시장에서 계속 인텔 CPU 가격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갱산) 방식 업체가 부품확보를 위해 비싼 가격으로 인텔 CPU를 구입하고 있어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상승한 인텔 CPU의 가격 부담과 물량부족에 호환성이 있는 라이벌 업체 AMD의 CPU를 선택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국내 부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AMD PC용 CPU 매출이 기존보다 2~3배 상승했다. 소매를 포함해 PC방이나 중소 제조사 등 기업 대상 도매까지 포함된 결과다.
AMD는 올해 성능을 개선한 2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했는데 해외 OEM 제조사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다. 9월 27일 디지타임즈는 "PC 제조업체가 AMD의 CPU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아수스, MSI, 기가바이트 및 ASRock이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장치의 출하를 가속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 시장은 인텔 CPU 중심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2배 늘어도 매출액 증가는 별로 크지 않다. PC업계는 매출 상승 자체보다 사용자의 인식이 개선될 기회를 잡았다는 점을 더 큰 반사이익으로 본다. 이제까지 AMD CPU는 기술력이 떨어지고 열이 많이 나면서 전력만 크게 소모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4일 AMD가 공개한 CPU로드맵./wccftech 홈페이지
그렇지만 이제는 AMD가 기술력에서 더 앞선다는 인식을 줄 기회가 생겼다. 4일 AMD는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릴 '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 7㎚공정으로 제조되는 세계 최초의 고성능 CPU 및 GPU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이 10㎚ 공정 캐논 레이크 프로세서를 2019년 하반기까지는 대량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에 대조적으로 AMD가 더 앞선 미세 공정 제품을 내놓는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즈는 산업계 소식통을 통해 AMD가 2018년 4·4 분기에 30%의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