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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새로나온 책]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김명남 옮김/창비

'맨스플레인'(Man과 Explain의 합성어, 어쭙잖게 가르치려 드는 남성들의 행위를 일컫는 말)이란 단어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페미니스트 리베카 솔닛의 신작. 그는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숨겨져 있던 잔혹함이나 부패를 세상에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솔닛은 명명이 해방의 첫 단계라고 강조한다.

미투 운동의 '나도(too)'라는 동의가 보여주듯, 들불처럼 번진 고발은 우리 사회의 젠더 위계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그동안 남자를 고발하고 나선 여자들은 미치광이나 앙심을 품은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아왔다. 모든 성폭행 보도의 이면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둘러싼 전쟁이 숨겨져 있다. 모든 전쟁은 언어의 싸움이다.

솔닛은 언어를 정확하게 쓰는 것이 의미 분열에 대항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피해자가 복수를 당할 만한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뉘앙스가 담긴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은 '디지털 성범죄'로, '묻지마 살인'은 '여성혐오 범죄'로, '몰래카메라 영상'은 '불법 촬영물'로 올바르게 바꿔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저항의 목소리'라고 칭해지는 솔닛의 사회운동가적인 면이 돋보이는 책. 그는 책에서 여성혐오, 기후변화, 국가폭력, 민주주의 등 다양한 범주의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다양한 주제와 시기를 오가는 책의 글들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한다. 우리가 겪는 위기는 언어의 위기이며, 이를 극복할 무기 역시 언어라는 것이다. 언어는 갈등이 없는 곳에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복잡하게 얽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단칼에 풀어내기도 한다. 언어를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의미 분열에 대항하는 방법이자 공동체를 격려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어떤 병에 걸렸는지 진단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듯,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정체를 알아야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 솔닛이 제안하는 변화의 시작이다. 34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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