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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심 냉장고, 이젠 열어야 한다



1990년대 꼬마들의 양심은 이경규가 가르쳤다. 정지선을 지킨 운전자가 '양심 냉장고'를 받을 때마다, 양심은 브라운관 텔레비전 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왔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르고 착한 마음(1991년 민중서림 국어대사전)'에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2007년 아이폰이 텔레비전 시대를 끝장내는 동안, 양심 냉장고 세대는 이마에 계급장을 달거나 전역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목격한 군대는 '들어간 놈이 손해'인 20세기 군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5년 논산 육군 훈련소는 훈련병에게 인분 먹기를 강요하며 '똥군기'를 실천했다. 같은해 김모 일병은 내무실에 수류탄을 던졌다. 2010년에는 가수 MC몽이 고의로 이를 뽑아 입대를 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군 가산점과 현역병 처우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군대 내 자살자도 크게 줄지 않았다. 5일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08년 군대 내 사망자 134명 가운데 자살은 75명, 안전사고는 58명이다. 지난해 사망한 75명 가운데 자살자는 51명으로 여전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민방위가 된 아이들은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소식을 들었다. 관련 뉴스 댓글은 "나는 양심이 없느냐"는 성토로 가득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때의 양심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꽃피는 봄 가을 하루가 아쉬운 청춘에게 이런 정의는 박탈감으로 다가올 뿐이다.

지난 2일 만난 양심적 병역거부자 박상욱(24) 씨도 현역병과 군필자의 분노를 이해했다. 박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님에도 폭력에 대한 거부감으로 지난해 7월 의정부 교도소행을 택했다. 9월 말 출소한 그는 앞으로 입대할 또래들이 청춘을 손해 보지 않는 군대를 염원했다. 박씨는 인터뷰에서 "현역병 처우 개선으로 박탈감을 줄이면서 징벌적 성격 없는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말한 "다를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이다. 표현의 자유, 다양성 추구와 맞물린 스마트폰 시대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는 우리가 양심을 보는 관점이 여전히 이경규의 정지선에 멈춰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양심 냉장고의 문을 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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