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서울] (32) 동면 들어가는 '뚝섬 자벌레'··· 나방으로 재탄생하나?

▲ 공간 리모델링 전 자벌레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지난달 28일 뚝섬 한강공원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청담대교 하부 뚝섬 한강공원에는 공상과학영화(SF)에 나올 법한 거대한 은색 건축물이 하나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둥글게 생긴 건물의 정체는 한강의 전망문화콤플렉스 '뚝섬 자벌레'다. 자나방의 애벌레를 모티브로 디자인해 '자벌레'라고 불린다.

지난 2010년 4월 개장한 뚝섬 자벌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건물 규모는 지하 1층~지상 3층, 길이 240m, 높이 5~12m, 폭 6~19m, 연면적 2476㎡이며, 벽 없이 기둥만 세운 필로티 양식으로 지어졌다.

자벌레는 알루미늄 패널을 붙여 만든 외벽, 기다란 곡선형 구조 등 독특한 형태로 개장 9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2014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장 이후 부실한 콘텐츠, 모호한 정체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복합문화시설인 자벌레를 폐장하고 '카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방치된 자벌레··· "방만 운영 배경은?"

▲ 지난 10월 28일 뚝섬 자벌레를 찾은 시민들이 미술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공간 리모델링 전 자벌레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지난달 28일 뚝섬 한강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들어서자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자벌레는 거대한 은색 구렁이처럼 보였다.

건물은 총 3층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전시·공연, 행사·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편의시설'이, 2층에는 작은 도서관 '책 읽는 벌레'가, 3층에는 '놀이 벌레'로 불리는 생태전시관이 위치해 있다.

가장 먼저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과 이어진 1층 문화·편의시설로 들어갔다. 원통형의 하얀 복도 양쪽에는 미술 작품 20여 점이 띄엄띄엄 걸려 있었다.

대학생 이지윤(24) 씨는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어 작가가 궁금해 주변을 살펴봤는데 설명 표지판이 없다"면서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라는 경고 문구 외에 다른 안내가 없어 아쉽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도 정왕동에서 온 심은정(66) 씨는 친구가 동네에 살아 자벌레를 자주 방문했다고 했다. 심씨는 "전에 손녀와 왔을 땐 여러 가지 불빛이 나오는 다리나 애들이 만든 미술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참 재밌게 봤는데, 오늘은 정말 볼 게 없다"면서 "계속 이런 식이면 다신 안 올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지난달 28일 뚝섬 자벌레 생태체험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불이 꺼진 어항 속을 들여다 보며 답답해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3층에서 만난 시민 김모(36) 씨는 "여기에 생태체험관이 있다고 해서 공원에 온 김에 애들을 데리고 한번 와봤다"면서 "불이 다 꺼져 있어서 어항 안에 고기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물 위에는 나방만 떠다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온 박모(42) 씨는 "자벌레가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만든 시설이어서 서울시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 때 한 거면 이렇게 방만 운영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시에 따르면, 자벌레는 2010년 조성 이후 매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30~40회의 전시가 열렸다. 또 해마다 150회의 공연, 교육,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그러나 자벌레는 다른 유사시설과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로 방문객이 꾸준히 줄었다. 자벌레의 방문객 수는 2010년 103만5000명, 2011년 95만3000명, 2012년 80만명, 2013년 74만8000명, 2014년 71만8000명, 2015년 71만3000명, 2016년 63만9000명, 2017년 49만6000명으로 개장 이후 계속 감소했다.

▲ 뚝섬 자벌레 유지관리비./ 서울시

시설 노후화로 인해 유지관리비는 증가하는 추세다. 자벌레 유지관리비는 2014년 4억400만원, 2015년 4억2100만원, 2016년 4억5200만원, 2017년 5억800만원으로 늘어났다. 시는 이번 리모델링 비용으로 11억6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벌레 조성 당시 투입된 예산(150억원)의 8%에 달한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한 차례의 시설 누수 공사를 실시한 바 있다. 자벌레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내부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내년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 지난 10월 28일 자벌레 2층 '책 읽는 벌레'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썰렁한 1, 3층과 달리 도서관이 있는 2층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2층 '책 읽는 벌레'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주민과 독서를 하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성수동에 사는 홍성연(17) 씨는 "공원에 놀러 나왔는데 비도 오고 너무 추워서 친구들과 잠깐 들어왔다"면서 "조용히 쉴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광진구 자양4동에서 온 심영희(65) 씨는 "동네 주민이지만 자벌레에는 오늘 처음 와봤다"면서 "사람들이 여기에서 책 읽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심 씨는 "아늑한 공간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 홍보가 좀 부족한 것 같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건물을 세워놨으면 잘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양서원(17) 씨는 "지나다니면서 몇 번 보긴 했지만, 안에서 뭘 하는지 몰라 와 볼 생각을 못했다"면서 "주변에 독서실이 마땅치 않아 불편했는데, 카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 된다고 하니 이제 여기에 와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2층에만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1층과 3층은 휴식공간 및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후에는 층별 컨셉에 맞게 공간 구성을 달리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자벌레는 오는 12월 리모델링을 위해 폐장한다. 시는 내달 공사에 착수해 2019년 4월 준공할 계획이다. 뚝섬 자벌레는 시민 누구나 제한 없이 공유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카페형 도서관으로 새로 단장해 내년 5월 1일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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