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서울] (33) 타임머신 타고 조선으로··· 종로 '공평도시유적전시관'

▲ 지난 11일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종로를 가득 메운 고층 빌딩 숲 지하에 600년 전 조선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공평동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 중 조선 시대 전기부터 근대 경성에 이르는 유구와 유물을 발굴해 도시 유적을 원위치에 전면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문화재청과 사업시행자와 반년이 넘는 협의를 거쳐 매장문화재를 현장 박물관으로 조성해 올해 9월 개관했다.

◆개발과 보존의 공존, '공평동 룰'

▲ 11일 공평유적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이 1/10 크기로 축소된 '정동 큰 집'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16~17세기의 조선을 만나기 위해 지난 11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방문했다. 전시관은 종각역 앞 센트로폴리스 건물 지하 1층에 연면적 3817㎡ 규모로 조성됐다.

전시관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이뤄졌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은 발 아래로 펼쳐진 조선 시대 건물터와 골목길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이선희(35) 씨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조선시대 때 골목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기분이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이 씨는 "관람데크 중 일부가 철골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전부 유리 바닥으로 바꾸면 유물이 잘 보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전문 건축사가 전시 설계에 참여했다. 유구 등 콘텐츠가 많은 부분은 바닥을 유리로 만들었고, 통로나 유구가 없는 곳은 관람 환경을 고려해 알루미늄 재질의 데크로 조성해 이용객 편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대조동에서 온 이인욱(57) 씨는 "이런 금싸라기 땅에 600년 전 집터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참 신기하다"면서 "이것들을 다른 데로 옮기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시민들에게 공개한 게 대견하다"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유도한 민관 협력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의 첫 사례다. 시는 매장문화재를 원위치에 보존하는 대신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손실을 보전해줬다. 시는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인 '공평동 룰'을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굴되는 문화재 관리 원칙으로 삼을 계획이다.

공평동 룰에 따라 건물은 기존 용적률 999%(A동 22층, B동 26층)에서 인센티브 200%를 받아 총 용적률 1199%(A동 26층, B동 26층)로 지어졌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시에 기부채납돼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 운영된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공평유적전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원위치에 전면 보존한다는 것이다"며 "청진구역 등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전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시행자에게 시에서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시행자가 이에 상응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민간 건물 내의 현장 전시관은 첫 사례"라며 "공평유적전시관은 유구 원위치가 대규모로 보존돼 주목받았다. 공평동 룰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게 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종로 한복판서 조선을 체험하다

▲ 지난 11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가상현실 영상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전시관의 핵심 콘텐츠는 각기 다른 형태로 복원된 가옥 3채다. 입구 앞에는 '전동 큰 집'을 1/10 크기로 축소한 전시물과 영상이 있어 당시 모습과 현재 집터를 비교해가며 볼 수 있었다.

전동 큰 집 옆, '골목길 ㅁ자 집'터에는 가상현실(VR) 영상기기가 놓여 있었다. VR 체험을 마친 시민 손수희(35) 씨는 "가옥 안으로 들어가 집 내부를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가옥을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해 집 구조를 설명해줘서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손 씨는 이어 "그런데 기기 조작법이 어려워 초반에 5분 정도 헤맸다. 설명이 나와 있긴 한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며 "교육적인 체험 프로그램이어서 어린이들도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VR 기기와 함께 사용하는 컨트롤러가 원래 2개였는데, 조작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1개로 바꿨다"며 "제작사와 협의해 설명 패널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11일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이 '이문안길 작은 집'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전시관 가장 안쪽에는 '이문안길 작은 집'이 실제와 같은 크기로 복원되어 있었다. 온돌과 마루, 아궁이 등의 주택 바닥형식이 모두 발굴돼 조선 전기의 한옥 발전 과정을 잘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이문안길 작은 집을 둘러본 시민 백은경(31) 씨는 "집 안에 화로, 나막신 등이 있어 실제 사람이 사는 것 같다"며 "그 당시 이문안길 작은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물관에는 2015년 발굴된 유물 1000여 점과 인근 청진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20점도 함께 전시됐다. 중국 명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병 조각, 청동거울, 조선 전기 무신 구수영의 패찰 등을 통해 당시 생활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시관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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