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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대한민국 회계잔혹사] ②'관치회계'의 흑역사

2년간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의혹 사건은 결론이 났다. 하지만 시장 혼란은 더 커졌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들까지 "기업의 회계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하나다. 금융 감독당국이 파라오 시대에도 지켰던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란 지적이다.

같은 재무제표를 두고 적정하다고 하더니 분식 회계라고 판단을 바꾸거나, '문제없다'는 결론이 '심각한 조작'으로 뒤집혔다. 바뀐 것은 정권 뿐이다.

◆ 감독당국 불신의 '흑역사'

"관치 회계다." 시장에선 감독당국의 오락가락 행보에 이렇게 말한다. 관치회계의 흑역사는 처음이 아니다.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돼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출발한 김정태 전 행장은 3연임을 꿈꾸다 임기를 한 달 앞두고 제재를 받았다. 김 전 행장은 그해 9월 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당시 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전 행장은 결국 1개월 후 임기종료와 함께 물러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회계전문가는 "합병과 관련한 국민은행의 회계처리는 은폐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며 "회계법인이 확인하고, 내부 감사와 감사위원회에 보고가 돼 통과됐으며, 심지어 국세청으로부터 문제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받았다"며 '손보기식 징계'의 희생양이었다고 회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다른듯 닮았다. 참여연대가 2016년 말 삼바의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질의서를 보내자 금감원은 "문제없다"는 답변을 냈다. 이듬해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이 국회에 나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 결과, 적정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1년 3개월 후 "분식 회계 혐의를 찾았다"며 특별 감리 결과를 공개하고, '고의 분식'이란 결론과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지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또 다른 관치회계의 한 장면으로 꼽힌다.1999년 한 해 1조9799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는 하이닉스가 1999년 이전에 2조원의 분식을 한 것에 대해서는 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경영진은 결과적으로 분식회계를 통해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수 조원의 공적자금을 끌어들였다는 얘기밖에 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이 과정에서 수차례 하이닉스의 자산 실사를 했던 정부와 채권단도 이런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부와 주채권은행이 하이닉스 지원을 위해 분식회계를 사실상 방조 내지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당시는 정부가 반도체 '빅딜'을 추진하던 때다. 하이닉스가 상대방인 LG반도체를 누르고 합병 주체가 되려고 의도적으로 몸집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분식회계로 침몰 직전까지 같던 대우조선해양 부실 뒤에도 관치가 있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16년 베이징에서 국내 한 언론에 "'대우조선이 산은 때문에 잘못됐다'는 한국 내 분위기는 뭘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했다. 그는 "관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지시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압력을 가한다"면서 고해성사를 했다. 2015년 10월 당시 부총리·경제수석·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식과 지원액 등 중요 정책을 결정해 통보했으며, 산업은행은 이런 정부정책을 따랐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감추고 지원한 것이다.

◆ 회계감사도 감독당국이?

일그러진 히든 챔피언 '모뉴엘'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모뉴엘을 유명하게 만든 '중견기업 성공신화' 자체가 거짓이었다.

모뉴엘 대표 박○○씨는 컴퓨터 가격을 최대 100배까지 부풀려 수출한 것 처럼 속인 뒤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매각해 거액의 대출을 받아 빼돌렸다. 선적도 하지 않은 물건을 대상으로 가짜 선하(船荷)증권을 발급해 은행에 제시했고 분식회계도 서슴지 않았다. 모뉴엘은 '연매출 1조원 돌파' 등 거짓말을 만들어 언론에 알렸다. 모뉴엘이 파산하면서 미상환 대출액 5500억원은 고스란히 금융기관 손실로 넘어갔다.

가공의 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부실을 없는 것 처럼 속이는 통상의 분식회계는 그 속성상 비밀리에 진행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의 '삼고초려'에 나스닥으로 가려던 것까지 포기하면서 한국 증시를 택했다. 물론 회계처리도 제대로 했다. 또 통상 회계처리와 관련해 중대과실이 되려면 투자자들을 명백히 오인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이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뿐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은 바 있다"며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당사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기업회계기준 자체에 감시 잣대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보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고경영자가 회계법인이나 감사의 말을 믿고 회계처리를 했더라도 금융감독당국이 잘못을 찾아내면 중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한 임원은 "앞으로 최고경영자는 여러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겨야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금융감독당국에 질의하고, 나아가 금융감독당국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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