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여보, 생리대가 원래 이렇게 비싼 거야?" 한..
[새벽을 여는 사람들]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 지난 5월 26일 서울 성동구 카우앤독에서 개최된 '월경박람회:28' 모습.

"여보, 생리대가 원래 이렇게 비싼 거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남편의 질문 하나에 그녀의 도전이 시작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서 만난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안 대표에게 생리대는 가격이 얼마인지, 비싸서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어머니가 항상 구입해주셨던 물건이었다. 결혼 후 비로소 가격이 와닿았다.

'왜 비쌀까'에 대한 고민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생리대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매년 상승해 왔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0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7년 동안 생리대 가격은 26.3% 올랐다. 같은 기간 생리대 가격 인상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3.2%)의 2배에 달했다.

다시 '왜 더 오를까'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생리대 업체들의 독과점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57%)·엘지유니참(21%)·깨끗한나라(9%)·한국피앤지(8%) 등이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꾸고 싶었다.

"생리대는 매달 휴지처럼 쓰는 건데 왜 가격이 비쌀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생리대를 제작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독과점 구조가 문제였다. 조사를 하면서 비싼 생리대 가격이 여성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생각하다가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안 대표가 구상한 사업 모델은 사회적기업이었다.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을 도우면서 수익을 낼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처음 했던 것이 생리대, 섬유향수 등을 큐레이션 해 소비자가 한 박스를 사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똑같은 박스가 기부되는 '1+1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2016년 4월 270만원을 목표로 시작한 크라우딩 펀딩은 1개월 만에 목표액을 채웠고 150명의 아이들에게 상자가 전달됐다. 이후 5월 '깔창생리대' 이슈가 터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매출은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 큐레이션 상품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을 안겨주고 있었던 것.

"우리가 여성들의 월경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월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렇게 기부 방식을 바꿨다. 가격이 부담될 수 있는 박스 형태의 기부 대신 단품을 구입하면 일정 부분을 기부 포인트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쌓인 포인트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도와주는 형태다.

사회적기업일지라도 '기업'이다. 매출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했다. 안 대표는 생존을 위해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있었다.

단순히 물건을 떼다 파는 형태로는 한계가 있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는 사회적기업일지라도 생리대는 생필품인 만큼 최저가를 찾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고 여러 공장을 방문하고 수차례 미팅을 거쳤으나 쉽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92%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 절반은 브랜드만 바꿔서 일회용 생리대를 쓰고 있었다. 안 대표는 일회용 생리대의 불편함을 경험하면서도 왜 계속 일회용 생리대를 쓸까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고 선택권이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생리컵. 2016년 3월 설립된 이지앤모어는 생리용품을 파는 월경 셀렉트샵을 운영 중이지만 생리컵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온 기업으로 더 알려져 있다.

"여성들이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것보다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자 해서 해외 제품을 검색했는데 해면 제품, 탐폰, 생리컵 등 다양한 카테고리와 많은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여성들의 월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선택권을 넓혀보자 해서 2016년 말부터 월경컵을 들여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는 도중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안 대표는 생리, 생리컵이라는 단어 대신 월경, 월경컵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안 대표는 생리를 월경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렇게 이름을 숨겨왔기 때문에 여성들의 월경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는데 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생리는 사실 생리현상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사실 월경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리현상을 생리라고, 또는 '그날이다', '마법의 날'이라고 숨겨왔다. 여성이 먼저 스스로 "월경이 뭐가 불편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창피한 것, 부끄러운 것이라고 교육을 받아왔다. 이제는 그걸 터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

▲ 국내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생리컵 제품들. 생리컵이란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제품이다.

인식 개선을 위해 안 대표는 '월경컵 수다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 진행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는 대구, 부산, 포항, 울산 등 전국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월경컵 수다회는 직접 생리컵을 만져보고 경험하고 얘기하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자리다.

이를 좀 더 확대한 것이 지난 5월 개최된 '월경박람회'다. 중소기업 제품들 소개, 판매하고 산부인과 강의, 상담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가 '월경컵 수다회'에서 생리컵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월경컵 수다회에서는 생리컵을 만져보고 생리컵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모임이다.

"내년부터는 커플과 함께하는 월경컵 수다회를 진행하려고 한다. 또 월경박람회는 확장해 남성분들이 더 많이 오실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집보다 사무실에 더 오래 있고 밤과 낮, 평일과 주말 구별 없이 일을 하지만 원하는, 재미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피곤하거나 아프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7년간 마케터로 일할 때는 아픈 날이 더 많았다.

이제 안 대표는 향후 안전하고 비용 걱정 없는 월경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라돈 생리대 문제가 생긴 이후 순면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등 정말 많은 생리대 브랜드가 나왔는데 가격이 2~3배 더 비쌌다. 문제는 이들 생리대를 포함해 대부분의 생리대 제조는 4~5곳으로 같은 제조사라는 것.

"생리대의 안전성 기준을 잡을 수 있는 생리대는 없을까 고민 중이다. 국내 제작이 힘들면 해외 제조사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또 여성들에게 어떤 제품이 어떻게 좋은 것인지 데이터를 좀 더 축적해서 제품을 추전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여성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안 대표의 팀원 구성 1순위는 경력 단절된 30대 여성. 아이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는 여성들의 월경문제를 다뤄왔다. 앞으로는 여성들이 말 못 하는 임신, 출산, 완경에 이르기까지 생리주기별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기능성 언더웨어 '라이너프리'는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불편한 팬티라이너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팬티라이너 대용 속옷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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