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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사회, 번아웃 증후군 시달리는 사람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언제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동 환경을 개선, 직장인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토이미지



#. 지난해 9급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소진(가명·29) 씨는 요즘 만성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근무시간에는 민원인들에게, 퇴근 후에는 상사에게 시달렸다. 소진 씨는 평일에 많게는 300건이 넘는 민원에 응대해야 했고, 주말엔 지역 행사에 불려 다녔다. 퇴근 후에는 전화와 카톡 메시지로 업무 지시가 이어졌다. 소진 씨는 "자도 자도 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정말 지쳤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 52시간 시대가 열렸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일에 치여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동 환경을 개선, 직장인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 증후군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증과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한국 직장인 54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6%(4855명)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일에 대한 의욕을 앗아갔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7%가 과거에 비해 업무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열정이 사라진 이유로는 '과도한 업무에 지쳐서'가 32.4%로 가장 많았다.

국가별 연간 근로시간./ 자료=고용노동부, OECD.Status



고용노동부가 7월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이다. OECD 가입국 중 멕시코(2348시간)에 이어 2번째로 길다. OECD 평균 1763시간에 비해 연간 306시간 더 일하고, 가장 짧은 독일(1298시간)에 비해 754시간 더 일한 셈이다.

과도한 업무로 직장인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비영리재단인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복수 응답), 일과 삶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졸림과 극심한 피로가 계속된다'는 응답이 62.1%로 가장 많았다. '여가 활동할 시간이 없다'(29.1%),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쉽게 느낀다'(26.2%)가 뒤를 이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1월부터 사생활과 업무 사이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연결차단권'을 시행 중이다. 개정된 노동법은 퇴근 후 업무용 휴대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거나 업무 메일에 회신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리를 명시했다.

황재훈 프랑스 파리 제13대학교 박사과정생은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9월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를 통해 "노동자가 수신하는 과도한 양의 메일과 통제되지 않은 전자기기의 사용이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잘 정돈된 상명하복의 조직구조, 연장된 업무시간, 휴가 기간 동안의 메일 수신은 번아웃 증후군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스웨덴은 번아웃 증후군 관련 질병의 산업재해 인정률이 16%를 웃돈다. 지난 2011년 총 451건의 번아웃 증후군 관련 질병의 산업재해 인정신청 중 70건이 받아들여졌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 정도의 산업재해 신청 인용률만 달성하더라도 기업들이 지금처럼 노동자의 과도한 업무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수정 인하대학교 교수는 '한국형 번아웃 증후군 형성과정 및 대처방안에 관한 근거이론적 접근' 논문에서 "번아웃 증후군은 공중건강과 위험관리라는 정책 문제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며 "관련 법안 제정 및 정책 기조 설정, 정책개발 등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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