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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군사열차를 타고 퍼진 인스턴트 커피향기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 한잔의 인스턴트 커피가 장병들의 언 몸과 맘을 녹여준다. 군인과 커피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믹스에 함유된 프림과 설탕은 최전방의 추위를 견디는 에너지원이 되며, 커피의 카페인은 피로와 잠을 쫓아내는 각성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병 및 초급간부들에게는 군생활의 든든한 전우와 같다.

커피믹스로 대표되는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는 특히 군과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매우 드믈다.

인스턴트 커피는 광복 이후 한반도 이남에 주둔한 미군이 설치한 RTO(Railroad Transportation Office)를 통해 널리 퍼져 나갔다. 구 서울역사 한켠에 위치한 RTO는 현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본래는 미군과 한국전쟁(6.25) 참전국들의 보급품을 싣어 나르는 군사시설이었다.



서울역, 수원역, 대전역, 대구역, 부산역 등 경부선의 주요 역 부근에서는 미군 물자를 얻기위한 암시장이 형성됐고, 이 암시장에서 인기 있던 미군의 전투식량에 포함된 인스턴트 커피가 현대 커피믹스의 시발인 셈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RTO를 지휘·통제하던 미 제8군단은 신속한 전쟁 물자 보급계획을 세웠다.

같은해 7월 22일까지 일본에서 7만3970개의 '5-in-1' 레이션과 1650개의 C레이션이 미 8군단 예하 제24사단으로 옮겨졌다. 이 중 누락 되거나 혹은 위생 관리 중에 배제 된군수품이 인스턴트 커피와 함께 암시장으로 흘러갔다.

쓴 맛의 커피지만, 미제라면 똥물도 마신닥던 가난했던 시절이었기에 인스턴트 커피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한국전쟁 휴전 이후에도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다방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에 다방에서 팔린 커피의 95%는 미군으로부터 부정하게 입수했거나 밀수한 제품이었다.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1968년 미국 크래프트사와의 합작회사인 동서식품이 설립됐고, 동서식품은 1976년 세계최초의 커피믹스를 개발하게 된다.

1976년 동서식품이 출시한 커피믹스 맥스웰. 세계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상용화한 것은 스위스 네슬레사로 알려져 있다.사진=동서식품



1901년 일본인 사토리 카토가 저가의 커피원두 추출물로 만든 가루커피였던 인스턴트 커피가 미국을 건너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믹스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방식 단 커피와 빨리빨리를 외치던 경제발전시기에 커피믹스는 사회상에 부합되는 문화였을 것이다. 더욱이 분초를 다투는 군대라면 더욱 그랬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가 되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훈련 복귀나 야간경계 근무 중에 군종병이 돌리던 따뜻한 종이 컵의 인스턴트 커피를 떠올리게 된다. 군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맛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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