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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업계

[세입자의 그늘] <上>오피스텔 멀쩡한 유리창 박살…'책임은 누가?'

시공업체, 일부 집주인 등은 "세입자 탓"…보수비용 80만원에 억울한 세입자

서울시 영등포구 H오피스텔에서 올해 유리창 깨짐 현상이 7건가량 발생했다./제보 사진



서울시 영등포구 H오피스텔에서 올해 유리창 깨짐 현상이 잇달아 발생했다. 사진은 이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있는 유리교체 작업 안내문./제보 사진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 잡기에 급급해,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월세 등으로 집을 빌려(임차) 사는 이들의 설움이 크다. 법적으로 하자보수 기간이 지나면 원인불명의 하자 처리가 힘들고, 임대인과의 책임 다툼에 시달리며 '을의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메트로신문이 최근 제보 받은 한 사건을 중심으로 세입자에 대한 제도적·법적 맹점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 김미영(가명·30대)씨는 금이 간 유리창을 보며 소화제를 삼켰다. 커다란 창이 마음에 들어 월세로 계약한 오피스텔 원룸이다. 멀쩡하던 유리창이 갑자기 깨지면서 김 씨의 마음에도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임대인과 시공업체 측에서 유리창 깨짐에 대한 책임을 세입자(임차인)인 김 씨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는 한 달 월세보다 비싼 80만원을 주고 유리창을 보수하게 됐으나, 억울한 마음을 호소할 곳이 없어 답답함을 느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멀쩡한 거실 유리창 등에 금이 가는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하자보수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고, 일부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알아서 보수해라' 식으로 책임을 떠넘겨 세입자의 근심만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H오피스텔 거주자와 인근 부동산, 유리 시공업체 등에 따르면 H오피스텔에서 올해만 7건의 유리창 깨짐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H오피스텔은 지난 2014년 준공해 같은 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15층짜리(총 310세대) 건물이다. 전 세대의 공급면적이 44㎡ 정도의 복층식 원룸이며, 분양가는 3.3㎡ 당 1162만~1857만원이었다.

이 오피스텔은 유리창문의 크기가 커 복층까지 채광이 잘 되는 점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세입자 A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10층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등 이달에만 3차례, 6월에 4차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원인불명의 유리창 깨짐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자, 세입자들 사이에선 시공의 문제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올해 창문에 금이 간 세대들의 제보 사진들을 비교해보면 유리창틀에서부터 금이 퍼져 나갔다.

한 유리 시공업체 관계자는 "보통 외관상 충격 요인이 있으면 파편이 있어야 하는데, 유리창이 다 비슷한 모양으로 금이 갔더라"며 "정확한 원인은 역학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유리가공 시 먼지 등 분자가 들어가서 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의문이 들자 세입자 B씨는 지난 6월 시공사인 P업체에 전화 문의를 했다. 그러나 P업체 측에서는 하자 보수기간인 2년이 지났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P업체 관계자는 "만 2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보증 워런티가 종결돼 보수 의무가 없다"며 "구조적으로 설계에 의한 하자라면 2년 안에 나타나는데, 그 사이 하자가 있었던 유리창은 다 갈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310세대 중 7세대면 비율이 낮은 편이라 시공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피스텔이 위치한 곳이 고층 밀집지역인데다 기온차이 등 자연환경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유리 제조공정상 불순물이 들어갈 수도 있는데 만 4년이 지났고 겨울만 5번째 보내는거라 (깨질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입주민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의 부담만 커진다. 보통 임대 주거지에서 원인불명의 하자가 발생하면 책임의 소지를 따지기가 어려워 수리비 부담이 복불복이다. 이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인이 유리창 수리비를 내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한 달 월세인 60만원가량보다 비싼 80만원의 수리비를 지불해야 한다.

B씨는 "직접 유리창 수리 업체를 알아보려고 100곳 넘게 문의했는데 단 2곳만 해준다고 했다"며 "건물 위에서부터 줄을 타고 내려와 무거운 유리창을 갈아야하는 작업이라 위험해서 다들 꺼려하고, 가격도 80만~120만원을 불렀다"고 말했다.

특히 유리창 교체 작업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겨울엔 작업을 못한다. 일부 세입자들은 유리창에 커다란 금이 간 채로 겨울을 나야하는 셈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세 들어 살면 억울한 상황이 많이 생기는데 시청, 구청 등에 연락해봤자 집주인이랑 합의하라고만 한다"며 "세입자가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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