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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정책

[르포] '유커' 잃은 명동 상권…'따이공'으로 면세점만 북새통

연말을 맞아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동거리./ 배한님 수습기자



'한한령(限韓令)'해빙 조짐이 보이면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명동상권의 매출 정상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주말, 명동 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명소'답게 가게 앞에는 점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한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가게 내부에는 정작 손님이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 쇼핑의 핵심이었던 화장품 가게에 붙어있는 '50% 세일', '1+1'이라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명동지하쇼핑몰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류 연예인 관련 상품을 파는 A씨는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매출이 1/3수준으로 줄었다"며 "오가는 외국인은 많은데 지갑은 열지 않는다"고 한숨 쉬었다. 명동에 더이상 '연말특수' '외국인특수'는 없었다.

북적이는 거리와 대조되게 텅 빈 명동 거리 매장./ 배한님 수습기자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유커가 급감한 이래로 명동상권 매출은 하락세다. 한한령 소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유커의 발걸음이 회복세에 접어드나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396만8977명으로 작년에 비해 43만1345명인 12.2% 늘었다. 그러나 사드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1~10월 기준으로 총 701만5203명 이였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는 작년에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적었던 탓에 보인 기저효과일 뿐이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5년 전인 2013년엔 377만 4207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엔화가 위안화보다 상위에 배치된 명동 사설환전소./ 배한님 수습기자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 명동에는 중국어보다 일본어 "이랴사이마세~"가 더 많이 들린다. 명동을 가득 메웠던 중국어 광고 포스터들 자리도 일본어 포스터가 대신하고 있다. 명동 골목에서 사설 환전소를 운영하는 40대 C씨는 "요즘 엔화가 제일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노점에서 옷을 파는 D씨도 "중국인도 많긴 한데 절대 예전만 못하다"며 "오히려 일본인 관광객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 1월~10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239만28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5% 증가했다. 올해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누적 순증을 따져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48만5746명으로 중국인 관광객 43만1345명을 앞섰다.

하지만 유커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명동 상가가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인 관광객은 중국인 관광객보다 지출액이 크지 않아 상인들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외국인 관광객 1인 평균지출경비는 일본인 관광객은 767달러인데 비해 중국인 관광객이 1757달러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16년까지 중국인 방문객 1인당 지출경비는 약 2595달러였다. 중국 외 다른 국가를 합친 전체 해외관광객의 평균 지출액 1625 달러보다 60%나 높다.

면세점을 가득 메운 따이공./ 배한님 수습기자



명동에서 자취를 감춘 중국인들은 명동 주변에 밀집해있는 면세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중국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마찬가지였다. 안내판에도 중국어가 가장 크게 적혀 있었다.

캐리어에 물건을 밀어 넣는 따이공./ 배한님 수습기자



화장품 코너는 '따이공'(중국인 보따리상) 군단이 점령했다. 칭다오에서 온 장미아오(ZhangMiao,35)씨는 "2년 전부터 매달 한 번씩 한국에 와 물건을 산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방문에는 화장품과 액세서리 제품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내에는 큰 캐리어와 면세점 봉투를 한가득씩 운반하는 따이공을 가득했다. 간간히 공항 면세점에서 물건을 찾을 영수증과 5만원권 뭉치를 쥐고 있는 따이공도 보였다. 장부를 바쁘게 넘기며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꼼꼼히 기입하는 이들도 보였다. 막무가내인 따이공 군단으로 골머리를 앓는 매장도 있었다.

한방 화장품 매장에 길게 줄을 선 따이공과 높게 쌓인 화장품 세트 박스./ 배한님 수습기자



특히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방 화장품 매장 '후'에는 서른 명 넘는 사람들이 일렬로 구매를 대기하고 있었다. 매장 한 쪽에 가득 쌓인 화장품 상자에 대해 묻자 매장 직원은 "다 이미 팔린 것이거나 여기 서계신 중국인 분들이 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명동뿐만 아니라 용산의 신라HDC 면세점에서도 같은 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둥성에서 온 30대 초반의 여성은 "이 줄은 다 따이공이다"라고 했다. 그는 "면세점에서만 살 수 있는 화장품 세트가 있어 꼭 구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복도 끝까지 이어진 따이공이 산 화장품./ 배한님 수습기자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기준 면세점 시장 규모는 약 14억 달러로 지난 2016년 10월 약 10억 달러보다 약 40% 늘었다. 2년 새 중국인 방문객이 47만 여명으로 2016년 10월 약 68만명 보다 70% 수준으로 줄었지만 불구하고 시장 규모는 오히려 45% 성장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4월 중국 관광객의 귀환 없이 따이공 효과만으로도 국내 시내면세점 시장이 당분간 30%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남은 중국인 방문객 마저도 면세점에 집중되면서 연말 명동 시장엔 찬바람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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