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에 번진 '외환위기 악몽'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윤정학 역)은 국가 위기를 실물 경제로 직감한다. 그때까지도 종금사는 돈을 뿌려대고 있었고, 정부와 매스컴은 연일 경제 성장에 대한 '축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서민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라디오에는 집안의 가장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월세를 내지 못한다는 사연들로 가득했다.

자꾸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른다. 지금도 경제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외치며 과도한 우려를 불식하려 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말한다. 오르는 최저임금, 오르는 월세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서민들이 돈을 벌 곳도 마땅찮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균열이 시작됐고,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올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대부분 손실을 봤다. 예·적금 금리는 오른다고 오른 게 3% 수준이다. 월급은 물가상승률 정도만 올라도 '감사'하다. '내집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아득한 '꿈' 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가장 활발하게 돈이 돌아가야 하는 여의도도 심근경색에 빠진 모양새다. 올 3분기 자산운용사 10곳 중 7곳은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주식거래량 감소, 신용융자 감소 등으로 증권사의 4분기 실적 전망치도 낙관하기 어렵다.

인사 '칼바람'도 불고 있다. 최근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설(說)로만 돌던 '희망퇴직'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이 어렵지 한 곳이 스타트를 끊고나면 마치 유행 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희망퇴직이 번져나갈 까봐 증권맨들은 긴장하고 있다.

물론 부장급 이상은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을 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3억원이란 돈의 크기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외환위기 악몽이 한 세대를 거쳐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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