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졸업시즌이다. 대학들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학생들은 학교 담장 너머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해 대학 강의에서도..
[홍경한의 시시일각]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방법

▲ 홍경한(미술평론가)

곧 졸업시즌이다. 대학들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학생들은 학교 담장 너머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해 대학 강의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그들에게 졸업이란 그저 수족관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숨 쉬기 힘들고 두려운 단어일 뿐이다.

미대 졸업생들도 마찬가지다. 사회 초년생 누구나 해당된다는 빚쟁이로써의 삶, 좁디좁은 취업문,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혼란스러움은 여타 학과 졸업생들처럼 심란함을 덧대는 원인이다. '새로움에 대한 설렘'은 박제화 된 표어에 불과하다는 것도 같다.

다른 게 있다면 미대 졸업생들의 경우 불안한 현실로 인한 예술의지의 실현 불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또한 현장이 내놓는 선택지란 작업을 포기하거나 잇는, 꽤나 극단적이라는 사실이다. 허나 어느 것도 결정은 쉽지 않다. 특히 학창시절 몸과 마음을 바쳐 오직 그림만 그려온 입장에서 작업을 단념한다는 건 좌표 잃은 삶과 다름 아니다.

이에 나름 계획적인 이들은 경제적 보호망을 만든 후 작업을 계속 하겠다는 설계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작업을 도모하고, 각종 공모전에 지원하며 창작의 불연속성을 제거하려 꿈꾼다. 그렇지만 그 구상의 구현 역시 만만치 않다.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이다 뭐다 해서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넘치는 건 B급 공모전이고 입상해도 실망스럽기 일쑤다.

더구나 실력이 있다면 끌어 내리기 바쁘고 학연과 지연, 코드와 진영, 계파와 색깔, 물보다 진한 피가 성공의 주요 요소인 미술계에서 경제력마저 나약할 경우 작업의 연속성은 담보되지 못한다. 즉, 의욕과 의미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졸업 후 작업을 계속해야겠다면 몇 개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 경쟁률은 높지만 창작환경을 보장하는 레지던시 입주는 작업지속에 긍정적 계기를 마련해준다. 균형 잡기가 필요하나 상업적인 작품으로 민생고를 유지하면서 작가의식이 배어 있는 창작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작업 잇기의 한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에서 운영하는 지원금 및 전시, 출판을 비롯해 예술인복지재단 같은 정부 기관의 다양한 복지혜택도 창작지속에 도움을 준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결산 시 부족한 1원을 찾기 위해 영혼을 상실하더라도 인내해야 한다.

지난 2일 문광부가 발표한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등을 눈여겨봐도 된다. 작가 80명에게 10개월 간 월 150만원을 준단다. 단, 전시에 워크샵, 강의프로그램 등에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분기별 활동리포트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전미술인을 장사꾼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작가예술장터'에 좌판 깔면 된다. 그러면 푼돈이나마 만질 수 있을지 모른다. 대신 그 경력 어디에도 쓰기 어렵다.

이처럼 녹록하진 않지만 창작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 예술을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자문과 예술의 역할에 관한 뚜렷한 세계관, 가치관의 표상화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작업이 멈추진 않는다. 함께 할 사람들이 생기고 길을 찾게 된다. 그만큼 불명확한 미래도 거세된다.

참고로 보다 능동적인 창작활동을 원한다면 시야와 무대를 국외로 넓히는 게 현명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작업환경 및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 현장의 건강도도 국외가 낫다. 기회 획득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왕 간다면 그곳에 뿌리내리길 권한다. 5~10년 유학하고 와봤자 다시 시작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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