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과오 밝혀지면 제가 안고 가겠다" 사법농단 수사 새 국면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출석에 앞서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사법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사법농단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를 묻고 있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고위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받는 검찰 조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지난해 6월 18일 중앙지검 특수1부에 사건을 재배당해 본격 돌입한 지 207일만에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며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9시께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직 기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런 마음"이라며 "오늘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대로 가감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으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했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만일 그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이 사건이) 앞으로 사법발전이나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법원 앞에서 하는 기자회견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법원에 한 번 들렀다가 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대법원 회견이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시각으로 이 사건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서 증거들이 나오는데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선입견을 갖지 말아달라. 검찰 출석 시간이 다가와서 부득이 이만 (회견을 마치겠다)"며 검찰청사로 자리를 옮겼다.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없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양 전 대법관은 9시 8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혐의를 인정하느냐' '재판 개입이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피의자 신분으로 온 데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에 대답 없이 청사로 들어갔다.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을 지낸 그는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두는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연루돼 있다.

그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파문이 일자, 지난해 6월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각종 의혹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흔적을 찾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리인과 수차례 만나 징용소송 재판 방향을 논의하고,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블랙리스트 문건에 직접 서명하는 등 적극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이 방대해 추가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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